[단독] 박정훈 1일 vs. 김현태 85일...같은 징계사유, 다른 속도 | 변경식 변호사
언론 보도
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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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전 해병대수사단장)과 김현태 대령(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의 징계 논의 과정이 담긴 자료를 비교했을 때, 박정훈 대령은 상부의 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 해병대사령부에 징계위원회 개최 계획이 보고돼, 7일 만에 징계가 결정됐습니다.
반면 김현태 대령은 기자회견 후 85일이 지나서야 징계번호가 부여돼 현재까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초스피드 징계로 박정훈 대령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박 대령이 8월 25일 제기한 견책 처분 항고 사건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일로 변경식 대표변호사는 "징계도 형사사건에 준해 수위·절차에서 형평성을 지키고 동일한 행위에는 동일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박 대령에게 견책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변경식 대표변호사는 "같은 비위사실인데도 군은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김 대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반면 대통령 격노를 산 박 대령의 경우 하루 만에 징계위 개최를 결정했다"며 "특히 박 대령 기자회견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는데도 징계위 개최계획 보고 문건에 사령관 결재까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1심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항명 무죄를 선고받은 박정훈 대령(왼쪽)과 12.3 윤석열 내란 가담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현태 대령 ⓒ 권우성/이정민
1일과 85일. '상부의 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던' 두 군인이 각각 징계 절차에 회부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오마이뉴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수사단장)과 김현태 대령(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의 징계 논의 과정이 담긴 자료를 입수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박정훈 대령은 상부의 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 해병대사령부에 징계위원회 개최 계획이 보고돼, 7일 만에 징계가 결정됐다. 반면 김현태 대령은 기자회견 후 85일이 지나서야 징계번호가 부여돼 현재까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일각에선 "초스피드 징계로 박정훈 대령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정훈 대령은 채상병 사망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다가 되레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고, 김현태 대령은 12.3 윤석열 내란 당시 국회에 진입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토요일에 박정훈 징계위 개최 보고... 7일 만에 '견책' 처분

▲박정훈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군 항명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기자회견 다음날(토요일) 해병대사령부가 박 대령의 징계위원회 개최를 결정했다. 박 대령 징계위 계획 보고문건에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결재가 이루어졌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채상병 사건 수사 초기 이첩 문제를 두고 상부와 대립하던 박 대령은 항명했다는 이유로 입건되자 언론을 통해 '윗선으로부터 사건 축소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 대령은 ▲ 2023년 8월 11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중앙현관 앞 기자회견 ▲ 같은 날 오후 4시 10분경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 출연을 통해 군 항명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병대사령부(해사부)는 박 대령의 입장표명을 즉각 문제삼았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할 때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외활동을 했기 때문이다(제16조).
해사부 법무실이 추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해사부 군인 징계위원회(징계위) 징계담당관은 기자회견 다음날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박 대령의 징계위 개최계획을 보고해 결재를 받았다. 보고 문건에는 박 대령의 징계위가 2023년 8월 16일 오후 2시 해사부 부사령관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징계담당관은 위 문건에서 "군인 신분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대외발표를 할 경우 국방홍보훈령 제20조 및 제15조에서 정한 절차 및 허가권 위임에 따라야하므로 해병대에 소속된 자는 해병대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징계심의대상자(박 대령)는 해병대사령관의 승인 없이 항명 관련 군 수사 사건 등에 관해 대외발표를 진행해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연가를 내 변호인 상담 등을 받을 예정"이라며 징계위 개최 연기를 요청했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18일 열린 징계위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다. 견책은 '앞으로 비행을 저지르지 아니하도록 훈계하는 것'을 의미하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다(군인사법 제 57조).
김현태 징계는 현재진행형... "형평성 지켜졌는지 상당한 의문"
박 대령이 기자회견 다음날 징계위에 회부돼 7일 만에 견책 처분을 받은 것과 달리, 김 대령의 징계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3 내란 당시 국회로 진입한 김 대령은 같은 달 9일 오전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호소한 바 있다.
육군본부 법무실은 추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김 대령의 비위사실(9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지난 3월 4일 징계번호를 부여하고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기자회견 외에도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사항을 종합해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 검찰 출신이자 박 대령이 8월 25일 제기한 견책 처분 항고 사건을 맡고 있는 변경식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징계도 형사사건에 준해 수위·절차에서 형평성을 지키고 동일한 행위에는 동일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박 대령에게 견책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변 변호사는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같은 비위사실인데도 군은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김 대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반면 대통령 격노를 산 박 대령의 경우 하루 만에 징계위 개최를 결정했다"며 "특히 박 대령 기자회견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는데도 징계위 개최계획 보고 문건에 사령관 결재까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추미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군은 수사외압에 저항하는 박 대령의 입을 징계를 빌미로 틀어막으려 시도했다"며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박 대령에 대한 징계는 윗선의 의지를 빼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