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보에도 통제無…오송 14명 참사, 중대시민재해 적용되나 [오종훈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5
본문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가 14명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수색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사고 책임을 가리기 위한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에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검토 중이다. 중대시민재해가 입증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비교하면 더 엄한 처벌이 내려진다.
중대시민재해란 공중이용시설 이용자 중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오송지하차도 사고는 14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당해 요건에 들어맞는다. 또 공중이용시설 조건에도 부합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하차도의 경우 터널 구간이 100m 이상인 경우 공중이용시설로 규정한다.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왕복4차선인 오송지하차도의 길이는 685m다.
관건은 경찰이 수사를 통해 오송지하차도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 여부를 어느 정도 입증하느냐다. 법조계에서는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관리 주체가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 '관리상 결함'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관리 주체는 시설물의 중대한 결함 등을 통보받는 등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용제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발생했는데 금강 홍수 통제소는 사고 4시간 전 미호강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통제소는 지자체에도 위험성을 알렸다. 또 경찰에는 사고 1~2시간 전 주민 대피와 지하차도 통제를 각각 요청하는 2건의 112신고가 있었다.
이를 두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근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하차도의 차량통제를 하지 않은 것은 관리상 결함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폭우로 인한 범람과 제방 붕괴 등 2가지가 사고의 주요 원인인 만큼 자연재해로 볼 것인지 인재(人災)로 볼 것인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법 전문 김남석 변호사는 "의무 이행 여부에 더해 자연재해를 의무 이행으로 방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무 이행을 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된 사건이 없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붕괴돼 사상자가 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사고에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오종훈 일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긴급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이 관리상 결함으로 판단될 수 있다"면서도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지자체나 공무원이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전례가 없기에 수사기관에서는 보수적으로 개별 요소들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충북소방본부는 전날 오후 7시52분 오송지하차도 인근 풀숲에서 경찰에 실종신고된 12명 중 마지막 실종자인 62세 여성을 발견했다. 수색 과정에서 실종 신고가 되지 않은 2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기 때문에 사망자는 1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국은 미신고 실종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김도균 기자, 양윤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