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불허' 정당법, 헌재 합헌 판단받은 까닭은?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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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이 재판관 5명의 위헌 의견에도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을 받았습니다.
지역주의를 이용한 지역 정당의 창당을 제한하는 것은 다양한 정당의 설립을 보장하는 정당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지역주의를 이용한 지역 정당이 창당될 경우, 지역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으며, 국민의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현행 정당법은 군소 정당이 난립해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렇기에 이를 위헌으로 보기 위해서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지역별 정당이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가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도 발달하고 KTX로 인해 실질적인 거리로 줄어들었다. 지역 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을 지금처럼 높게 설정하면 양당 정치에 견제가 전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이용한 지역 정당의 창당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조계 "한국에 지역주의 폐단 아직 현존하기에…위헌 정족수 채우지 못한 것"
"지역정당 합헌 되더라도 국세 끌어올 생각만 할 것…국가 운영에 반하는 셈"
"과반 넘었다는 것 자체는 시대적 분위기 반영한 것…법 개정 논의 이뤄질 수도"
"지역정당 가능토록 정당법 바뀌면 소수정당 원내 진입해 현 정치 지형에 엄청난 변화 올 것"
이른바 '지역 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이 재판관 5명의 위헌 의견에도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우리나라에 지역주의 폐단이 아직 현존하고, 그 문제점이 여전히 심하기 때문에 위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이 과반을 넘었다는 것 자체가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 만큼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역 정당이 가능하도록 정당법이 바뀌게 되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가능하게 돼 현재 정치 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했다.
5일 헌법재판소는 정당법 제4조·제17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지난달 26일 기각했다.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내 합헌보다 많았지만, 결정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해 현행법 효력이 유지됐다. 유남석, 문형배, 정정미 재판관 등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종석, 이은애 재판관 등 4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정당법 3조는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고 정한다. 17조는 정당이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질 것을 요구하며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4조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등록할 수 없다. 이 같은 전국정당 조항 탓에 하나의 지역에만 소재하거나 생태·페미니즘 등을 기치로 내거는 소수 정당은 정당법상 정당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현행법상 지역 정당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마다 지역적 기반은 실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지방세와 국세를 포함한 세금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역들이 경제적 독립이 사실상 어렵다"며 "지역 정당이 합헌으로 될 경우 지방에선 국세만 끌어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 운영에 반하는 셈이 된다는 부정적 측면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아울러 지역마다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존재하기에 지역 정당이 없는 한계를 이들이 대표할 수 있다. 또 도의회나 시의회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있기에 지역민들의 정치적인 아쉬움들은 이분들이 대표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도 있다"며 "위헌 의견이 과반을 넘었지만, 정족수를 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정치적으로 심화되어있는 지역주의의 폐단이 심하기에 헌법재판소에서 이같은 배경을 판단한 결과라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는 "정당법이 위헌이라고 보는 헌법재판관의 숫자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간통죄도 위헌이라고 본 헌법재판관 숫자가 한 명씩 늘어서 결국 위헌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정당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만을 위한 정당이 있다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 지역 이기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당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이번 판결처럼 헌법소원에서 정당법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받았더라도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한 요건만 충족한다면 계속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헌법소원 재판의 경우 몇 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적인 측면은 원고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변호사는 "현행 정당법은 군소 정당이 난립해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렇기에 이를 위헌으로 보기 위해서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지역별 정당이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가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도 발달하고 KTX로 인해 실질적인 거리로 줄어들었다. 지역 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을 지금처럼 높게 설정하면 양당 정치에 견제가 전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이 과반을 넘었다는 것 자체도 시대의 흐름상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헌이 되어 법 개정을 하기보다는 의견이 이 정도로 수렴됐으니 정계에서 개정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며 "정당법이 바뀌게 된다면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행 정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준 기자
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279373/?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