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 흉기 휘두른 20대 지적장애인, 영장 기각…무관용 원칙이 필요한 이유 [오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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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피의자, 중증 장애 앓는 '심신 미약자'라서 구속영장 기각됐지만…기각 사유 되는지 의문"
"긴급체포 후 수사기관이 증거 확보하고…불구속 수사 원칙이었던 점도 영장 기각에 영향 줬을 것"
"영장기각, 형식적 요건만 갖췄다고 풀어줘서는 안 돼…영장기각 후 발생하는 문제점도 판단해야"
"수사기관, '묻지마 범죄' 관련 무관용 원칙 세워야…시민들이 정당방위 확대도 폭넓게 인정돼야"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지적장애인 남성이 경찰에 긴급체포 됐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조계에선 피의자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심신 미약자'이기에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형식적 요건만 충족했다고 피의자를 풀어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묻지마 칼부림' 범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무관용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시민들에 대해서도 이같은 범죄에 대항했다면 정당방위 확대 및 손해배상면제 등을 폭넓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특수협박 등 혐의를 받는 지적장애인 A 씨(22)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16일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외모를 놀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확보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 씨가 이날 범행 장소 근처를 여러 차례 오가며 대상을 물색하는 장면이 담겼다. A 씨의 스마트폰에는 ‘놀이터 묻지마’, ‘초등학생 커터칼’ 등의 용어를 주요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흔적도 남았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피의자가 중증 장애를 앓고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적절한 판단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중증 장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면, 우발적으로 도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또 피의자는 범행 전부터 '놀이터 묻지마' '초등학생 커터칼' 등을 검색했다. 그런데 피의자가 단순히 지능이 낮다는 것이 구속영장 영장 기각 사유가 되는 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장애인 피고인들이 형량을 감면받거나 장애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이유는 '심신 미약자'이기 때문이다. 재판부에선 이들이 중대 범죄를 계획할 정도의 지능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그래서 우발적 범행으로 간주해 처벌해야 할 수준보다 반절 정도를 감형해준다. 그렇기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사기관이 구속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일로 사당 법률사무소 오종훈 변호사는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위 사건은 범죄의 중대성과 긴급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충족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긴급체포를 하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도망갈 염려가 높아 보인다. 다만 긴급체포한 이후 수사기관이 증거를 다 확보했고,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기에 구속영장은 기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변호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한 것 같다. 다만 법원 입장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이같은(중증 질환을 겪고 있는) 피의자들이 구속에 풀려나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됐다. 그렇기에 경중을 판단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면 구속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율샘 김도윤 변호사는 "영장 기각의 형식적 요건만으로 피의자를 풀어주는 것은 이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실질적인 면을 살피지 않은 법원의 판결이 아쉽다"며 "특히 한국은 정당방위를 인정해주는 범위나 폭이 좁아 칼부림하는 사람을 만나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일차적으로 본인의 생명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후에 발생하는 형사적, 민사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도 묻지마 범죄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에는 무관용, 엄격 대응 원칙을 정해야 한다. 또 시민들에 대해서도 이같은 범죄에 대항했다면 정당방위 확대 및 손해배상면제 등을 폭넓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본인뿐만 아니라 이웃의 위험에 함께 대응하는 사회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