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변 보는 모습 몰래 촬영했는데도 무죄?…"직접 증거 있어야 유죄"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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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은 중대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몰카란 ‘몰래카메라’의 줄임말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로 신체의 일부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거나 공공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사적인 장면을 촬영하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최근 20대 남성이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용 칸에 있던 여성의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증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이슈에 대해 법무법인 일로 사당 주사무소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 피해자의 '촬영음을 들었다'거나 '카메라가 1/3 정도 들어왔다'는 진술만으로는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사실의 직접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래도 '몰카 범죄', 하실건가요?
법조계 "'카메라 촬영 소리 들렸다'는 피해자 진술보다…촬영 흔적 담긴 사진 같은 객관적 증거 필요"
"디지털 포렌식으로 피고인 휴대폰 열었다면 확보 가능 증거 있었을 것…수사기관, 증거 수집했어야"
"촬영 범죄 당한다면 직접 대응 피하고 경찰에 신고해야…직접 대응시 2차 피해 이어질 가능성 높아"
"검찰, 공소장 변경해 '촬영죄' 이외 혐의도 추가할 필요 있어…'피해자 진술 명확성'도 부각시켜야"
20대 남성이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용 칸에 있던 여성의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카메라 촬영 소리가 들렸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간접 증거일 뿐이기에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 직접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사기관이 카메라 촬영 범죄에 대한 신고를 받았을 때 증거 확보를 위해 피의자로부터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거나 긴급체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20)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3월 28일 오후 9시 4분께 원주의 한 주점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 남성용 칸에서 바로 옆 여성용 칸에 B(21·여) 씨가 들어오자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오후 9시 4분께 화장실에 들어간 A 씨는 8분 만인 오후 9시 12분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간대 B 씨를 비롯한 여성 피해자 일행 3명이 이 화장실 여성용 칸을 이용했고 남성용 칸의 남성은 A 씨뿐이었다.
법률사무소 태룡 김태룡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카메라 촬영 소리가 들렸다'는 피해자 진술보다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피고인의 휴대폰을 열어봤다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았을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이 카메라를 실행했다면, 가장 최근에 실행했던 어플리케이션으로 카메라 어플리케이션도 나왔을 것이다. 수사기관이 이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수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우리 형법에는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재판부에서도 이같은 원칙을 고려해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카메라 촬영 소리를 들었다'는 피해자의 진술 명확성을 부각한다면 검찰이 항소심에서 유리한 변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 촬영이 시작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며 "아울러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유의미한 자료를 얻어낸다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카메라 촬영 소리를 들었다'는 간접 증거로도 유죄가 될 수는 있다. 다만 피고인이 '내가 촬영했다'며 자백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피해자 진술이 보강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 사건 피해자의 '촬영음을 들었다'거나 '카메라가 1/3 정도 들어왔다'는 진술만으로는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사실의 직접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경찰이 처음 신고를 접수했을 때 '카메라로 촬영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피의자로부터 휴대폰을 임의제출을 받거나 긴급체포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수사기관이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촬영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염려 등이 있어야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촬영죄 혐의 피의자에게 긴급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촬영 범죄를 당했다면 직접 대응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제일 좋다. 본인이 직접 피의자에 대응할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며 "예를 들면 절도 범죄로 시작한 피의자들이 피해자가 본인에 대해 대응하는 하는 걸 겪으면 상해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성 피해자의 경우 물리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약한 경우가 있기에 더 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곽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서 몰래카메라 촬영죄 외의 혐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형량을 최대치로 확보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