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폭탄' 두번 우는 범죄피해자들…지원제도 많지만 제각각 [정구승, 변경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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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기난동 사건이 잦아지면서 '범죄피해자 지원'의 고도화와 제도 정비 필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에 대해 법무법인 일로 청량리 분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어디서는 지원을 해주고 어디서는 지원해 주지 않고 기준이 왔다 갔다한다"며 "같은 재원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많아 문제다. 국가 보조금을 받는 이상 통폐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로 수유 법률사무소 변경식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받을 수 있는 시효가 3년인데 기간이 지나면 소송을 걸어서 돌려받아야 한다"며 "이후 소송 과정까지 거쳐 회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지만 상환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국가가 내고 마는 '눈먼 돈'"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형사처벌은 물론 예상되는 범죄피해자 지원까지 철저히 대비해서, 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피해자지원센터·피해구조금 제도 등 다양
'신청주의 원칙' 피해자가 직접 알아봐야
여러 제도 통폐합·환수 문제 해결 필요
흉기 난동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의 병원비가 1300만 원이 넘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여러 피해자 지원 제도가 있지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세금으로 운용되는 제도가 분산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난 분당구 서현동이 지역구인 이기인 경기도 의원은 자신의 SNS에 '6일 입원 1300만 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어제 아주대 응급 외상센터에서 만난 최원종 사건의 피해자, 뇌사 상태에 빠진 스무 살 여학생의 부모가 보여준 병원비"라고 밝혔다. "검찰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연 5000만 원"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강력범죄 피해자 치료비 실비 최대 1500만원 지원
흉기 난동이 이어지면서 범죄피해자 지원 기관의 존재도 알려졌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살인, 강도, 방화, 성폭행, 상해 등 강력범죄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대검찰청 등에 사무실을 갖고 있고, 법무부에 등록돼 정부 기관 지원금 등을 받아 운영되지만 사실 비영리민간단체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유족구조금 명목으로 치료비 실비의 일부 또는 전부 1인 최대 800만 원, 특별결의를 통해 1500만 원 한도에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중상해·장해 명목으로는 생계비 최대 6개월까지 가족 수별로 차등지급, 학자금과 장례비로 범죄피해 당시 소득에 중상해 또는 장해의 정도와 부양가족의 수 및 생계유지 상황 등을 고려한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2~40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센터는 전국 60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만 1만8741건의 범죄피해를 지원했다. 지원 금액은 약 99억 원에 달한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법무부의 범죄피해구조금 제도가 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피해자가 범죄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 유족 구조금(사망 당시 소득에 유족의 수와 연령 및 생계유지상황 등을 고려한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48개월 이하 범위 지급)과 중상해·장해구조금(범죄피해 당시 소득에 중상해 또는 장해의 정도와 부양가족의 수 및 생계유지 상황 등을 고려한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2개월~40개월 동안 지급)을 지원한다. 대검찰청에도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통해서는 치료비를 연 1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어디에서 신청하고 지원받나?…제도마다 기준 제각각
세 가지 제도는 중복 신청이 불가능하고, 보험금을 받을 경우에도 중복 수령이 불가능하다. 모두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이 직접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피해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제도가 분산되다 보니 제도의 지원금 지급 기준도 제각각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자문위원인 율촌의 김학석 변호사는 "국가는 범죄를 예방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할 책무가 있다"며 "피해자를 돕는 제도는 만들어져 있는데 내용을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구승 변호사는 "어디서는 지원을 해주고 어디서는 지원해 주지 않고 기준이 왔다 갔다한다"며 "같은 재원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많아 문제다. 국가 보조금을 받는 이상 통폐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폐합할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 센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다. 김 변호사는 "많은 센터의 직원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월급을 주게 되면 비용 문제가 생긴다"며 "센터를 운영하는 위원과 이사장들은 모두 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센터를 운영할 비용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돕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해자에게 회수하기 힘들어…제도 정비 필요성
가해자 상환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범죄피해자지원 제도는 정부가 우선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후 가해자에게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미 지급된 금액을 가해자에게서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일로 수유 법률사무소 변경식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받을 수 있는 시효가 3년인데 기간이 지나면 소송을 걸어서 돌려받아야 한다"며 "이후 소송 과정까지 거쳐 회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지만 상환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국가가 내고 마는 '눈먼 돈'"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가해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흉기 살인 사건도 취업이 어렵고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치료비 지원금액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자 치료비가 연간 1500만 원, 총 5000만 원을 초과하면 정부 내. 심의기구의 특별결의를 통해 추가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흉기 난동과 대낮 성폭행 등 잇따른 흉악 범죄 예방을 위해 이런 특별결의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원스톱 전담 인력도 배치할 방침이다. 흉악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정채영 기자 chaezero@tf.co.kr
출처: https://news.tf.co.kr/read/life/2039526.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