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갤러리, 현행법으론 폐쇄 불가…극단선택 방조는 처벌 가능" [정구승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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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갤러리' 이용하는 10대들, SNS 방송 켠 채 잇따라 극단적 선택 시도
법조계 "우울증 갤러리, 정통법 44조7 위배되지만…폐쇄 관련 법령 근거 존재하지 않아"
"표현의 자유 침해 측면도…논란 게시판 없애도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 다른 곳으로 갈 것"
"극단선택 방조 범죄 행위에 대해 처벌 가능성 공지하는 방법이 더욱 적절…폐쇄만이 상책은 아냐"
[데일리안 = 이태준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던 유저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10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해 극단 선택에 이르고 있는 만큼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폐쇄 관련 법령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당장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을 방조하는 것은 범죄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공지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4시쯤 한남대교 북단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17살 여학생과 15살 여학생을 구조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들은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사건 당일 SNS를 통해 투신 시도 과정을 생중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건의했지만 방심위는 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일로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우울증 갤러리는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 제 44조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이트에서 '자살방조'를 했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면서도 "다만, 정통법에서는 성폭력 촬영물이 있는 경우에만 사이트에 대해 정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폐쇄에 대한 법령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시판 자체를 폐쇄하는 조치는 해당 게시판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다른 유저의 활동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특히 "극단적 선택 방조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게시판 이용을 통한 표현의 자유보다 범죄 예방이 앞설 수 있다. 그러므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에게 처벌 가능성을 공지하는 방법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진실 채희상 변호사 역시 "정통법 제 44조 7을 근거로 사이트 폐쇄 요청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조항에 구체적인 기준이 적시돼 있지 않다"며 "그렇기에 우울증갤러리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불법적이라고 특정하거나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이트 목적 자체도 범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현 상태로서는 폐쇄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법률사무소 태룡 김태룡 변호사는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하는 게 상책은 아닐 것이다. 이 게시판의 본래 목적은 우울증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네티즌들이 모였을 것이기 때문이다"며 "설령 이 우울증 갤러리를 없애더라도, 범죄 관련 글을 게시했던 네티즌들은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갈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총포화약법은 총포, 화약류의 제조 방법을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 사제 폭탄 등에 관한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울증 갤러리'와 같은 사이트에 대해서도 단순히 모니터링만 강화해선 안되고, 실제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최근에 논란을 빚었던 우울증 갤러리 극단적 선택 방조 사태는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