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다 명품에 액체 튀었다고 700만원 요구” 들어줘야 할까?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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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손님의 명품 가방에 액체가 튀었는데, 가방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에게 700만원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법적으로 세탁비 정도를 물어주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알바하다가 700만원 배상 요구를 받았다. 도와 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아르바이트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20살 대학 신입생인 아들이 방학 동안 용돈을 벌겠다며 음식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700만원 배상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3일 아르바이트 중인 아들이 식탁을 닦다가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 가방에 액체가 튀었다. A씨는 “고기 구워 먹던 기름이 테이블에 묻어 있었다면 액체에 소량의 기름이 포함되었을 수 있다”고 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가방 윗부분과 전면부에 얼룩이 묻어 있다. 해당 손님은 지난 1월에 가방을 구매했다고 한다.
A씨는 “아들은 사과하고, 세탁 비용 정도의 배상을 생각하며 연락처를 줬다고 한다”며 “그런데 다음날 가방 가격 전액인 700만원 배상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해당 명품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현재 같은 사이즈의 가방이 7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는 “아끼는 가방에 얼룩이 져서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걸 이해하기에 배상 요구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전액 배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상액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만약 계속 전액 배상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정구승 변호사(일로 법률사무소)는 30일 조선닷컴에 “손해배상은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런 경우 보통 세탁비나 수선비 정도가 배상금액으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해당 손님이 그보다 많은 금액을 배상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 알바생의 실수로 세탁비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할 텐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만약 명품 가방이기 때문에 세탁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특별손해’에 해당하기에 알바생이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 변호사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는데, 상대방이 하필 특이 체질이어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특별손해’에 해당해 배상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물품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도 손님이 전액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물품 사용 일수에 따라 배상 비율이 달라진다. 가죽가방의 경우 물품 구입일로부터 43일이 지나지 않은 제품이라면 95%를 물어주게 되어 있다. 이번 경우처럼 구입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다면 배상 비율은 구입 가격의 70%다.
이마저도 모두 적용받을지는 알 수 없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고가의 명품 구두를 식당에서 잃어버린 분쟁조정 건에 대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배상 비율은 80%지만, 손님이 최근에 구입한 고가의 구두를 특별한 주의나 고지 없이 식당에 방치한 점이 인정된다”며 기준보다 적은 구입가의 70%만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72911?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