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승 변호사가 말하는 코인 투자 사기 속지 않는 법 [정구승 변호사]
본문
증권가서 활동하던 사기꾼들이 무대 옮겨 돈 몰리는 코인판에 진출
가상화폐는 증권성 인정 안 돼… 사기 당해도 처벌 사각지대 존재
가상화폐 시장에서 ‘코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범죄로 인한 피해액만 4조7000억원. 같은 기간 경찰이 검거한 코인 사기범은 1976명이다. 지난 2017년 가상화폐 광풍 이후 2021년 2차 광풍까지 불어닥치면서 비트코인은 그해 1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급등했다. 흐름만 잘 보고 투자하면 일확천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한탕주의가 횡행하면서 MZ세대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코인 판에 뛰어들었다. 이들 20~30대 MZ세대가 코인 사기 범죄의 1순위 타깃이다. 이들의 코인 투자율은 부모세대(50~60대)보다 높다. 2021년 가상화폐에 뛰어든 MZ세대가 308만 명이었던 데 비해 부모세대는 103만 명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MZ세대의 성격을 은퇴 후 삶에 고민하기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현재의 수익에 더 집중하는 세대로 설명했다. 목돈을 모아 저축을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위험 투자시장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코인 사기꾼들은 이렇게 ‘돈이 모이는 곳’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기존의 주식 판에서 무대를 코인판으로 옮겨 MZ세대들에 접근한다. 사기 수법은 시세 조종과 불법 상장, 다단계 사기로 새로울 게 없다. “증권가에서 쓰이던 사기 수법들이 가상화폐의 옷을 입고 변형돼서 나타나고 있다.” 코인 사기 범죄에 능통한 정구승(35·법률사무소 일로 청량리) 변호사의 지적이다. 최근 서울 강남 3인조의 40대 여성 납치·살해의 범행 동기가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자 실패로 알려지면서 코인 사기의 위험성이 한층 부각되는 실정이다. 강력 범죄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코인 사기의 실태를 듣기 위해 정 변호사를 찾았다.
코인 사기 범죄 1순위 타깃은 MZ세대
가상화폐 사기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법적으로 보면 증권가에서 횡행하는 사기 수법과 대동소이하다. 그쪽 사기꾼들이 넘어온 것이다. 왜냐면 주식 쪽은 이제 관련 범죄의 처벌이 강해져서 경각심도 높아졌다.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주가 흐름을 굉장히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10여 년 전의 수법은 통하기도 어렵고, 설혹 통하더라도 곧 꼬리가 잡힌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아직 제도의 빈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몰리는 것이다.”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무엇인가?
“특정 코인에 투자할 경우 상장 후 최대 수백 배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상장 사기다. 주로 불법 유사수신 업체가 벌이는 범죄인데, 이들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 예정임을 보여주는 가짜 문서를 제시해 투자자를 속이고, 원금 손실 시 높은 가격에 재매입해준다는 허위의 약정서까지 제공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코인 사기꾼들은 어떤 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하는가?
“유튜브 등의 재테크 채널을 통해 유망한 코인이라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일대일 대화방으로 유인한다. 소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스트를 앞세워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열심히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자신을 소개하든 그 타이틀은 거짓일 확률이 100%에 가깝다. 특히 ‘막차 타십시오’는 너무 유명한 멘트여서 이제 식상해졌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누가 보여주는 시세 그래프도 함부로 믿어선 안 된다.”
시세조종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살해사건의 범행 동기로 여겨지는 일명 P코인(퓨리에버)도 무리하게 상장된 뒤 시세조종 행위가 맞물려 투자 피해를 유발한 사례다. 2020년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뒤 1만353원까지 치솟던 가격이 반년 만에 17원까지 주저앉았다. 특정세력이 서로 코인을 사고팔아 가격을 띄운 뒤 고점에서 털고 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이다. 리딩방에서도 시세조종은 자주 발생하는데 ‘이 종목에 투자해라’, ‘이 타이밍에 이걸 사라’고 권유하는 쪽이 작전 세력의 사주를 받은 끄나풀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딩방 사기도 여전하지 않은가? 이 유형에 20·30세대가 가장 많이 당할 것 같은데?
“그렇다. 젊은 층이 가장 접근하기도 쉽고. 허공에 돈을 내던지는 ‘재테크 사기’와 사실상 같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리딩방에 무작위로 초대된 사람들에게 코인 투자를 권유하면 대부분 빠져나가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남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자신이 해외거래소 소속 직원이라면서 고수익을 위한 레버리지 투자를 도와주겠다고 접근한다. 실제로 여기에 속아 사기꾼의 계좌로 수천만원을 넣었다가 몽땅 날린 MZ세대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의 증권성 여부 빨리 매듭지어야
최근에는 또 친환경 코인이 인기라고 한다. 이것을 역이용하는 세력도 있을 것 같다.
“신기술을 내세운 공모주 사기로 이해하면 된다. ‘산업계에서 이슈가 되는 배터리를 만든다더라’, ‘바이오 연료를 연구한다더라’ 하는 식으로 현혹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수십 배에 이르는 수익을 약속하고,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되면 코인을 회사 주식으로 교환해주겠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 제가 맡은 사건 하나를 설명하자면, 한 친환경 회사가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는데, 알고 보니 주소가 웬 오피스텔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지면서 집단 소송으로 커진 적이 있다.”
코인 투자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늘고 있다고 들었다.
“자동주문매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접근하는 경우다. 주식과 달리 코인은 24시간으로 돌아가니까 해당 프로그램만 돌려놓으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실시간 대응을 하므로 한 달에 80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홍보한다. 돈만 투자하면 복잡한 계산은 AI가 알아서 해준다니 일반인들이 혹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100% 사기다. 이들은 프로그램이 깔린 노트북을 대략 300만원 선에서 팔아치우는데,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프로그램이다. 실상은 구매자의 거래소 아이디를 받아서 직원들이 운용해주는 것에 불과한데, 그걸 구매자는 AI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300만원을 날린 것은 물론, 투자금 수천만원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대포통장을 사용해서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가상화폐는 더 적발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을 입금해 코인을 사려면 은행 실명계좌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상화폐만 주고받는 지갑은 이메일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인을 여러 개의 지갑으로 흩뿌렸다가 합치는 ‘믹싱 앤드 텀블러’ 기법 등으로 흔적을 또 한 번 지우면 추적은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초기에 단서를 잡았을 때 대대적으로 수사를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코인이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런 의미다.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입장이 있다. 대법원에서는 가상화폐를 재산상 가치는 있지만 법정화폐와는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가상화폐는 국가 권력의 개입 없이 민간 개발자가 발행하고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법정화폐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있을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따라서 현행법상 코인 시세 조작을 자본시장법상 주가 시세조종 행위로 보려고 해도 증권성 여부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가상화폐에 적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뒷받침되도록 국회 입법이 시급하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출처: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7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