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존속 '유류분제도' 위헌공방 시작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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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간 우리 법에 명시됐던 유류분제도…헌재, 위헌 여부 판단 본격 심리 나서
법조계 "간통죄 폐지만도 62년 걸려…이제 논의 시작됐기에 당장 위헌은 안 나올 것"
"유류분 제도, '재산권 침해' 측면 있어…국회가 '보완 입법'으로 해결해야"
"가족법상 민사영역 해당…유류분 범위 관련 판단, 재판부에 맡기는 방법도"
헌법재판소가 46년간 우리 법에 명시됐던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본격적인 심리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간통죄를 폐지하는 데까지도 62년이 걸렸기에 유류분 제도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당장 위헌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류분제도의 경우 재산권 침해 관련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입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거나 재판부에 유류분 범위에 대한 판단을 위임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112∼1116조 및 제1118조 등 6개 조항 관련한 헌법소원심판 첫 공개변론을 지난 17일 열었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 당시 상속 재산이 주로 아들 또는 장남에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여성과 다른 자녀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 목적에 따라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놓고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 양성법이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헌법소원 청구인 측 주장과 "유류분 제도는 상속분쟁을 완화하는 완충장치다"라는 법무부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률사무소 태룡 김태룡 변호사는 "과거에 부모의 재산이 장남 혹은 일부 자녀에게만 쏠리는 모양새가 많아서 입법됐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 현재도 큰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분들이 많다"며 "그래서 아직도 장남을 비롯한 일부 자녀에게만 쏠리는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류분 제도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의 존폐 여부 자체와는 달리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인 재산 처분의 자유에 대해선 청구인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상속과 관련해 너무 지나치게 형식을 중요시한다"며 "예를 들어 유언장 작성의 경우만 해도 많은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언의 효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재산 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규정들이 너무 많기에 이 부분은 확실히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사실은 유류분 제도 자체는 존속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재산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그렇기에 유류분 권리자에게 지급하는 상속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2분의 1 혹은 3분의 1 비율로 배분하기보다는 범위 자체를 줄이면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김 변호사는 "물론 유류분이라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도 분명히 존재하는 제도다. 과거 구하라 법이 도입됐을 당시에도 유류분 제도 문제에 대해 얘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며 "그렇기에 유류분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유류분 같은 경우에 가장 큰 문제가 유류분 자체가 상속자들에게 지분대로 안 가고 어느 일방에게만 단독 상속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리 유증이 되었던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며 "그래서 사실 '상속 자체가 무효다'라고 다투기에는 이미 돌아가신 분 대한 사건이기에 입증이 쉽지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변호사는 "유류분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가족법상 민사 영역이기에 제도적 정합성을 판별하는 것은 법원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법률로 제정될 땐 유류분 범위에 대한 판단 자체를 일률적으로 정해놓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며 "그렇기에 유류분은 어느 정도 제한의 하한과 상한의 폭을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최근 들어 가족 제도의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유류분 역시도 과거처럼 대가족 중심에 알맞은 규정이다"며 "현재는 1인 가족이 상승하는 추세고, 실질적으로 가족들 간의 교류가 많이 없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반영돼서 입법이 이뤄져야 하고, 헌법재판소도 이같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현실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는 "본인이 만든 재산에 대해 결정하는 내용을 담은 유언도 자신의 최종적인 의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유류분제도는 이 효력에 반해 재산을 반강제적으로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며 "미국에는 유류분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 측 역시도 '이 제도가 기본권에 반하는 면이 있기에 헌법에 반한다'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하지만 논의가 시작된 만큼 제 견해와는 별개로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며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과거 폐지된 간통죄와 비교를 하지만, 간통죄 폐지론자들은 1953년부터 꾸준히 '위헌이다'라며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다. 유류죄 폐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야 발걸음을 뗐을 뿐, 국민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사회적인 흐름을 반영해 판단하는 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상위에 있는 법은 헌법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판단이 국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