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못된 장난'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 어쩔 수 없다고 본 것" [정구승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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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코로나 민원 여러 차례 남긴 청구인 즉결심판 청구…법원, 벌금 10만원 선고 유예
법조계 "못된 장난, 추상적인 면 있지만 맥락 통해 충분히 법 적용 가능하다고 헌재 판단"
"지자체 업무 방해해 국가 기능 수행 어려움 초래한다는 측면서 정당성 인정…경범죄처벌"
[데일리안 = 이태준 기자] 타인의 업무나 공무수행을 방해하는 '못된 장난'을 경범죄로 처벌하는 현행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은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못된 장난'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개념이 추상적이지 않다고 봤다. 청구인의 행동에 관한 맥락을 통해 충분히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 씨는 2020년 11∼12월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코로나 관련 의견을 여러 차례 게시한 인물이다. 이 지자체는 A 씨의 글을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A씨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청구인은 헌법소원을 내며 '못된 장난'의 적용 범위가 넓다고 주장했으나,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에서 현행법에 따라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경범죄처벌법 3조 2항 3호는 못된 장난으로 다른 사람이나 단체 또는 공무수행 중인 자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못된 장난이라는 부분이 추상적인 면이 있지만, (청구인의 행동에 관한) 맥락을 통해서 충분히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헌재가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과잉금지 입장에서도 지자체 입장에서 수많은 장난이나 악성 민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불필요한 민원 제기)으로 인한 국가 기능 수행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봐서 (현행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다는 건 수사기관이 재판을 진행할 정도의 중요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즉결심판은 범증이 명백하고 죄질이 경미한 범죄사건을 신속한 절차로 심판하기 위한 약식재판 절차를 일컫는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는 경범죄에 해당하기에 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층간 소음 같은 사건들이 비슷한 사례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역시 "이번 사건에서 청구인이 받은 형은 과도한 것도 아니고 선고 유예가 나온 것이기에 (과한 처분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생기더라도 헌재 판단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청구인이 주장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근거를 헌재가 받아들일 정도의 위헌 판례가 많지 않다. 헌재 입장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 역시도 마찬가지다"며 "혹여나 현행법이 불명확할 경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 정도만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도 "지자체 등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번에 적용된 조항을 통해서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며 "(청구인이 주장한) ‘명확성 위반'이라는 부분은 예견 가능한지가 제일 중요한데, 헌재는 법에 기재된 어느 정도의 추상성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