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사건' 이후 까다로워진 국적 포기...'병역' 관건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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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법은 국적이 어떻게 정해지고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분들의 경우 병역 의무와 연계되어 국적 포기가 곧 병역 의무의 면제가 되는 케이스가 있는데요.
이에 관한 기사 및 문건일 변호사님의 인터뷰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일리안 = 김남하 기자]
외국에 임시로 체류하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남성은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일명 '유승준 사건' 이후 병역의무 기피를 방지하고자 자유로운 국적포기를 방지하는 조항이 많이 생겨났다"며 "국적이탈신고를 위해 병역의무 이행 또는 면제 여부가 관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1일 복수국적자의 병역의무를 규정한 '국적법 12조 3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관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인 부모의 미국 유학 중 태어나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진 선천적 복수국적자 A(23)씨는 18세가 된 2018년 3월 국적이탈을 신고했지만 반려됐다. 부모가 '영주목적'이 아닌 미국 유학 중 출생한 것이므로 신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국적법이 정하는 '영주할 목적'이 내심의 뜻으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군법무관 출신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변호사는 A씨가 선천적 복수국적자임에도 국적포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 근거에 대해 "개정된 국적법 제12조에 따라 해외유학 중인 경우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로 포섭하여, 동항에 따라 국적이탈신고시 병역의무 이행 또는 면제 여부가 관건이 됐다"며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되지 않은 A씨의 국적이탈신고가 반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적포기를 자유롭게 허용해줄 경우 사회적으로 과거 만연했던 출산유학을 통한 병역기피문화가 다시 성행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법적으로는 국적법 제12조 제3항에 대한 해석에 있어 유학의 경우를 제외하게 되므로 해당 조항이 형해화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군법무관 출신 강석민 변호사는 "속지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태어났고 부모의 국적은 속인주의를 따르는 한국이기에 미국과 한국 복수국적을 갖고 태어난 것인데, 병역 이행 관련해 문제가 생기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대에 따라 국적법이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특히, 이른바 '유승준 사건' 이후 병역의무 기피를 방지하고자 자유로운 국적포기를 방지하는 조항이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승준은 2002년 1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고 해외 공연 등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유승준의 한국 입국이 제한됐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중국적자들의 국적 포기가 까다로워졌다.
실제 과거 이중 국적을 가진 남성은 만 17세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외 국적을 선택하는 게 가능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출산을 통해 시민권을 얻은 뒤 추후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식으로 병역 면제를 받아냈다. 이후 원정출산 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2003년 국회는 국적법을 개정했다. 여기엔 부모가 유학생이거나 재외공관원, 상사 주재원 등 업무상 체류 중 외국에 머물다 낳은 아들이 이중 국적을 취득한 경우도 해당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유학 사례 외에 업무상 체류의 경우는 판례의 판단기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나뉠 것으로 봤다. 이 때는 국적이탈신고자가 출생한 때의 시기와 국외거주의 연속성 인정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변호사는 "'영주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국적이탈신고자의 출생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주재원, 공관원과 같은 업무상 체류 중 출생을 한 경우에도 그 후 영주권신청 등과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영주할 목적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는 "문헌 및 법률상 '영주권'에서 의미하는 '영주(永住)'란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살 목적에 한해 인정해주는 권리다"며 "학업을 위한 체류든 업무상 체류든 모두 귀국 기한이 정해져 있는 체류다. 즉 A씨의 경우 '영주할 목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국적 이탈이 허용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임시 체류라고 해도 귀국 기한이 연장되거나 다른 여타 사정의 변경에 의해 영주에 근접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해석의 여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문 변호사는 "저출산으로 인해 징집인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국적 이탈 제한을 통해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고, 국민 병역 의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외국인이 영주자인지 여부의 유권적 판단은 당연히 체류국 정부의 전속적 관할에 속하는 점에서, 직계존속 중에는 영주자나 다름없이 장기 체류하면서도 나름의 이유로 체류국의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거나 혹은 취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을 것인데 '영주할 목적'의 유무를 어떤 기준으로 식별할 것 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엄 변호사는 "출산율 저하에 따라 국방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병력 수급이 어려운 까닭에, 인적자원으로 병력을 채워도 되거나 병력을 줄이고도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의무이행이 우선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바뀌어서는 안 될 법원의 입장이다. 기존 학업 목적 혹은 업무상 체류 간에 한해 인정돼 왔던 국적 이탈 허용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