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빠진 아이 '뇌진탕'…작업 후 뚜껑 덜 닫았다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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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5살 아이가 빠지면서, 뇌진탕 진단을 받았습니다. 건물의 관리인이 배수 작업 하려고 맨홀을 연 뒤에 제대로 닫지 않았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의 한 건물 주차장.
운전석에서 내린 엄마가 첫째 아이를 먼저 내려놓은 뒤 둘째를 챙깁니다.
차에서 내린 아이가 주변을 걷는가 싶더니 갑자기 땅 밑으로 사라집니다.
당황한 엄마의 손짓에 사람들이 뛰어오고, 한 남성이 외투를 벗고 맨홀로 들어가 아이를 구조합니다.
사고 맨홀은 3m 깊이의 통신 맨홀로 물까지 차 있었습니다.
[곽영근/구조자 : 몸은 반 정도 물에 잠긴 상태고 통신선을 잡고 있었는데 저를 보더니 '살려주세요'(라고).]
아이는 추락 당시 충격으로 뇌진탕 진단을 받았습니다.
[A 군 엄마 : 흰 천막이 그냥 덮여 있었고 아무 안전장치도 없는 상태였거든요. 땅인 줄 알고 점프를 했는데 그게 갑자기 훅 꺼진 거예요.]
아이가 빠진 맨홀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위험 표시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열어보면, 맨홀이 이렇게 반쯤 열려서 발이 하나 빠질 만한 공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평소 주변 학원으로 아이들의 통행이 잦은 곳인데도 관리가 허술했던 겁니다.
건물 관리인은 배수 작업을 위해 맨홀을 열었다가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건물 관리인 : 그 사람(동업자가)이 빨리하고 끝내자고 그래서 내가 그냥 이거 덮는 거를 못 덮고 간 거죠.]
[A 군 엄마 : (아이가) 맨홀 뚜껑이나 이런 걸 보면 자기도 피해서 가더라고요. 둘째도 똑같이 뭔가 그런 거에 대한 저희 가족 전부 그게 너무 큰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아요.]
경찰은 건물 관리인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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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지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서울시 맨홀 현황은?
[김지욱 기자 : 현재 서울에만 62만여 개의 맨홀이 있는데요. 그 용도와 관리 주체가 제각각입니다. 표를 함께 보시면 전체 73% 정도를 차지하는 상하수도 맨홀은 지자체에서 관리합니다. 반면 전기, 통신, 가스 등의 맨홀은 한전 등 기업들이 관리하는데 관리 주체가 20여 곳에 달합니다. 또 통신 맨홀인데 이번처럼 사유지에 설치돼 있으면 이것은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이 열어보고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공적 관리 대상 맨홀만큼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 보니 이번 같은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Q. 맨홀 관리 주체 모호, 해결책은?
[김지욱 기자 : 네, 맞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관리되는 맨홀의 경우 지자체나 기업 등 해당 관리 주체 책임이 명확한데 이번처럼 사유지에 설치된 맨홀이라면 소유주 따로, 관리인 따로여서 자칫 복잡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구승/변호사 : 맨홀을 열게 되는 경우 소유자에게 통지되도록 해서 문제 발생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맨홀을 여는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에게 안전관리 교육 등의 책임을 부과하는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욱 기자 : 개인 작업자가 맨홀을 열 경우에는 설치 기관의 작업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지욱 기자(wook@sbs.co.kr)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043230?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