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아내와 바람난 해군 장교, 처벌 약했던 이유 [문건일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1
본문
법조계 "간통죄 있을 때 보다 징계 수위 낮아…불륜 형사처분 기준 사라졌기 때문"
"원고와 불륜했던 내연녀의 관계가 직무 관련성 있어 징계…불륜 행위,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 수용"
"불륜, 사적 영역? 공무원에게는 '품위 유지' 의무 있어…참모총장 표창, 부사관 혹은 병사만 참작"
"1심 판단이지만, 유사 사건 발생할 경우 다른 재판부도 판례 고려할 것"
[데일리안 = 이태준 기자] 해군 장교가 해병대 장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러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불복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간통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분과 징계는 별개이기에 징계 수위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는 불륜에 대한 형사처분에 대한 기준이 사라졌기에, 군대 내에서도 처벌 정도 자체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2부(신헌석 부장판사)는 불륜으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해 정직 처분을 받은 해군 장교 A씨가 해군항공사령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해군 장교 A 씨는 2019년 자녀 유치원 행사에서 알게 된 해병대 장교 아내 B 씨와 가족 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쌓고 만나 오다 불륜 관계가 됐다. 이후 불륜 사실이 드러나 2021년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징계 처분에 합참의장 표창 등 정상이 참작되지 않은 데다 자신의 비위행위가 공직 수행과 무관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법무법인 수성 윤병남 변호사는 "단순히 부정한 이성 관계나 간통으로 징계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사정이 다르다. 그렇기에 처분 수위는 조금씩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통죄가 있었을 때보다는 징계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징계를 받은 이유는 원고와 불륜을 했던 내연녀의 관계가 직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륜 행위가 직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는 "불륜이라는 것 자체가 사적인 영역인데 왜 이것을 '징계 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에겐 '품위 유지'라는 폭넓은 의무가 있다"며 "그래서 실제 군부대 내에서는 불륜으로 징계를 내린 사례들이 많이 있다. 공적 영향을 완전히 미치진 않더라도, 징계는 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간통죄 자체가 폐지된 이후에는 (불륜에 대한) 형사처분이 없는 만큼 징계위원들이 더 약하게 처벌할 수 있다. 군법 내 '규정 자체가 바뀌어서 약해졌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징계와 형사처분은 기본적으로 별개의 절차로 흘러간다"고 전했다.
문 변호사는 이어 "보통 군대에서 징계를 내릴 때, 감경사유로 고려할 수 있는 표창들이 있다. 이 사건 원고가 제출한 해군 참모총장 표창이 대표적인데, 징계 심의 대상자가 부사관이나 병사로 한정된다"며 "설령 임의적 감경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감경 여부는 징계위원회의 재량 범위에 있다. 그렇기에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이 입증돼야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 변호사는 "해군 참모총장상이라는 인사권자의 표창을 제출했는데도 감경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징계위원회의 재량을 최대한 존중해준다는 의미다"며 "비록 이 사례가 1심 판단이지만,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재판부에서도 이 판례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