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로 ‘오세훈 선거’까지 개입? |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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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들에게도 영향을 뻗치고 있습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오 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명씨가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한 돈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수사가 불가피해졌는데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 파일이 드러난 상태여서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대표 변호사는 “(여론조사 비용이라는 게 맞는다면) 캠프에서 공식 비용처리를 해야 문제가 없는 건데,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입금한 것이니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오 시장 쪽의 채무를 면제한 개념으로 본다면 뇌물죄라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11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 기자설명회를 마친 뒤 명태균, 강혜경씨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들에게도 영향을 뻗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오 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명씨가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한 돈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 파일이 드러난 상태여서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2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김한정 회장으로부터 총 3300만원을 5차례(1000만원, 550만원, 550만원, 700만원, 500만원)에 걸쳐 나눠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체 내역을 2024년 11월22일 공개했다. 김 회장은 오 시장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 있는 ‘비공식 후원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 이름으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인 강씨 통장에 돈이 들어온 2021년 2~3월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를 두고 경쟁하던 시기다. 이때 미래한국연구소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총 13차례 진행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건넨 이 돈은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대가였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돈도 2021년 3월23일 오 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 4차례, 확정된 이후인 3월26일에 1차례 나눠 지급됐다.
김 회장의 거래 내용이 드러난 건 현재까지 3300만원이지만, 액수는 더 많다고 본다. 강씨의 법률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는 “(김 회장이 보낸 돈은) 1억원가량인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녹음도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3300만원 외의 추가 자금은 현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강씨는 11월1일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오 시장 쪽 여론조사 비용처리를 묻는 질의에 “(오 시장 쪽의 여론조사 비용은) 부분적으로 입금보다는 현금으로 받았던 거로 기억한다”며 “각 후보 쪽도 (비용처리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통장으로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이 돈이 명씨 가족의 생활비나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으로 쓰였다고 탐사 매체 뉴스타파 쪽에 밝혔다.
이 사건의 핵심은 미공표 여론조사의 대가로 보이는 이 돈을 김 회장이 오 시장 대신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 돈이 오 시장의 여론조사 대가라면 공식 선거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인데다가 뇌물 혐의로도 확장될 수 있다. 정구승 변호사는 “(여론조사 비용이라는 게 맞는다면) 캠프에서 공식 비용처리를 해야 문제가 없는 건데,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입금한 것이니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오 시장 쪽의 채무를 면제한 개념으로 본다면 뇌물죄라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선거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것 자체가 정치자금으로 규정될 수 있어서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김 회장은 돈을 미래한국연구소의 계좌가 아닌 강씨의 개인 계좌로 보냈다. 사실상 우회해 명씨 쪽에 돈을 낸 셈인데, 이는 김 회장이 해당 돈거래를 정상적으로 보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된다.
강씨 쪽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진술하면서 김 회장의 돈 입금 내역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1월25일 오 시장과 김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돈 입금 내역이 그대로 공개된 만큼 향후 김 회장을 비롯해 오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은 관련 사안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되자 11월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으며 “김(한정) 사장님이 돈을 줬다 혹은 그 이상의 액수가 갔다 하는 거를 저로서는 관심도 없고 알 리도 없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캠프에선 (여론조사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이걸 왜 했냐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지금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도 ‘선의’로 한 일이고 오 시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보도로 2024년 9월 초부터 논란의 중심인물이 되자, 김 회장이 강씨를 회유하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9월10일 통화 녹음 파일에서 김 회장은 강씨에게 “강 실장 말고는 (증거가) 다른 데서 샐 만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정황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강 실장뿐이잖아. 그럼 강 실장만 덮으면 된다”며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아”라고 말했다.
오 시장과 관련한 의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치른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이때 치른 서울시장 선거를 이틀 앞둔 5월30일 통화에서 명씨는 강씨에게 “서울시장 선거, 서울 한번 1천 개 (여론조사를) 돌려봐. 1천 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한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말고 지역단체장 선거에도 큰 관심을 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 시장뿐만이 아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명씨의 녹취로 이름이 드러난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있다. 명씨가 당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김 전 의원을 자신이 김 여사를 통해 구제했다고 주장한 녹취가 한겨레21 단독 보도(제1537호)로 공개되면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한껏 증폭됐다. 그리고 여기서도 김 회장이 등장한다. 명씨는 2022년 4월18일 강씨에게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다. (오늘) 김진태가 김한정이 (단식 농성장에)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 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라”라고 말했다. 또 명씨는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잖아.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된다. 내가 막 사모님 그래서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다”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18 망언’의 책임을 물어 김진태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2022년 4월14일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4월18일 갑자기 이를 번복해 ‘망언 사과’를 조건으로 김 전 의원에게 경선 기회를 줬고, 김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을 거쳐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용산’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 지사 쪽은 명씨의 녹취로 추정되는 김 여사의 공천개입과 관련해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박완수 지사는 명씨의 녹취록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명씨는 2022년 4월22일 강씨와 통화하며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 왔다”고 말해 박 지사의 공천에도 본인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추가로 더불어민주당은 명씨가 지인과 2022년 6월15일에 나눈 녹취도 공개했는데, 이 녹취에서 명씨는 “김 여사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거다. 어제 (여사가) 딱 한 마디 했어.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 김진태는 사모가 반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같은 달 지인과의 통화에서 명씨는 또 “김진태가 전화 와서 통화했다. 명 대표님 뜻대로 박완수도 되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지사는 김영선 전 의원의 입을 통해서도 등장한다. 2023년 5월23일 김 전 의원은 강씨와 통화하면서 “명태균이가 한 거에 8할은 박완수가 득을 본 거다. 경남도지사가 됐으니까”라고 박 지사가 명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강씨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미래한국연구소는) 박완수 지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엄청 많이 했었다”며 “명씨가 ‘김영선 공천을 받아 왔다’ ‘박완수도 했다’고 지역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대통령실 쪽에서 창원에 내려와 경고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지사도 명씨와 관련한 내용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한편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2024년 11월27일과 28일 연이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심사 자료 및 김 전 의원 당무 감사 자료 등을 비롯해 김진태 지사, 박완수 지사 등의 공천심사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관련한 내용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향후 관련자들 조사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