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원감축 칼바람…성과급 못 받는 계약직원 '수두룩' [정구승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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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재직 중에만 이연성과급 지급
계약 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 나뉘기도
국내 증권사들의 인원 감축이 본격화하면서 계약직 직원들이 성과급도 제대로 지급 받지 못 하고 회사를 나가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도 최대규모로 불어났지만, 증권사 감원 칼바람에 재계약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이연된 성과급을 모두 포기하게 된 것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인원 감축에 한창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리서치사업부와 법인부를 폐지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KB증권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업계에선 대형사인 KB증권이 희망퇴직에 나선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인력 감축 물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보통 저연차 직원은 계약만료에서 고연차보다 자유로운데, 이번에는 저연차 직원도 계약만료가 된 것을 보면 회사가 평소보다 인원감축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약만료자의 경우 이연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연성과급은 여러 해에 걸쳐 분할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금융당국은 성과급을 한꺼번에 줄 경우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 이연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서는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성과급을 통상 3년에 걸쳐 지급한다. 이를테면 전체 성과급을 첫해에 50%, 다음 해 30%, 마지막 해 20%로 나누는 식이다.
성과급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 회사를 그만둘 경우 이연 성과급에 대한 권리도 사라진다. 일례로 KB증권은 재직자에 한해서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규가 존재한다. KB증권은 성과급을 연초인 3월에 지급하는데 만일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된 직원이라면 이연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계약만료 직원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배경이다.
다만 증권사별로 지급 여부에는 차이가 있다. 한 증권사는 자발적 퇴사자를 제외한 비자발적 퇴사자에 한해 이연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성과급 60%를 첫해에 지급하고 나머지 40%는 3년간 분할 지급하는데, 재직 여부와 관련 없이 개별적인 계약조건에 따라 지급여부가 나뉘고 있다.
성과급이 높고, 계약직이 많은 증권업계 특성상 이연성과급을 포기해야 하는 직원이 상당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59개 증권사 임직원은 총 3만9643명 중 계약직원은 1만1472명으로 전체의 28.93%를 차지했다. 세 명 중 한 명이 계약직이란 뜻이다.
특히 성과급이 많은 영업 관련 직무에서 계약직 근로자가 높게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KB증권 본사영업 남직원은 정규직 110명인 반면 계약직은 311명이다. 여직원은 정규직 50명, 계약직 44명이다.
정구승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별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래는 받는게 맞다"며 "같은 분야에 계속 일하는게 보통인 증권업계 특성상 계약만료자들이 회사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