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최소한 이상의 직업 윤리 필요하다" [정구승 변호사]
언론 보도
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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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채널A 기자,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 수사받던 중 해고 통보…강요 미수 무죄지만 해고는 인정
재판부 "검찰 관계자 친분으로 취재 정보 획득 시도…정당한 취재 윤리 벗어나"
법조계 "취재 윤리의 범위, 형사 처분의 범위 보다 넓어야 한다는 것 강조한 판결"
재판부, 한국기자협회 보도윤리준칙 판단 근거로 사용…향후 유사 재판서 활용될 가능성
[데일리안 = 이태준 기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취재하려고 검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취재원을 위협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취재 윤리의 범위가 형사 처분의 범위 보다 넓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판결이라며, 기자는 최소한 이상의 직업 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정봉기, 배석 김성준·이진희)는 15일 오전 이 전 기자가 채널A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 무효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찰 핵심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추후 수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플리바게닝이 가능한 것처럼 언급해 취재 정보를 획득하고자 한 행위는 정당한 취재 윤리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채널A는 이 전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0년 6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임 처분을 내렸다. 당시 이 전 기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제보하라고 협박하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강요미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후 이 전 기자는 지난해 7월 형사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결과적으로 이 전 기자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처벌받지 않았더라도,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취재기자의 해고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법률사무소 킹덤컴 박성남 변호사는 "기자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이상의 직업적 윤리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해준 판결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형사처벌과 해고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형사상 범죄가 되면 당연히 해고 사유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해고 사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이 판결의 경우에도 '취재윤리의 범위가 형사 처분의 범위보다 넓어야 된다'고 바라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 역시 "판사는 해고까지 이를 사안인지 그보다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될 수는 없는 지에 대한 판단은, 사안의 중대성 보고 결정한다"며 "이 경우는 법원에서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으로도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담당한 재판부는 특히, "한국기자협회 보도윤리준칙 실천요강을 보면 기자들이 정보를 취득할 때 위계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말아야 한다. 또 비윤리적 불법적 방법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도 한국기자협회의 보도윤리준칙이 향후 이와 유사한 재판에서 판단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이 전 기자 입장에선 강요 미수가 형사재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기에 민사소송을 통해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 같다"며 "하지만 민사 재판부 입장에서도 취재기자 보도윤리준칙을 기반으로 일정 부분 혐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판단을 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유사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무리하다보면 강요 미수나 취재 윤리 위반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기자들이 상식적인 선에서 취재활동을 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크게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