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 건보 자격 인정 파장은? 법조계 "성소수자 사회로 나올 것"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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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밀접한 건강보험 사회 목소리 수용…전향적 판단"
성소수자 100만명 이상 추정…"국가 책임 늘어날 것"
(서울=뉴스1) 황두현 구진욱 기자 = 동성커플의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는 "음지에 있는 성소수자들이 사회로 나오면서 국가의 책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이날 소성욱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를 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며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민법은 혼인의 본질을 이성인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며 배우자 김용민씨(33)와 사실혼 관계라는 소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재산권 등 주요 권리 의무가 법률혼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게 현실이지만 건강보험료는 일상생활에 밀접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법원이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정구승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여전히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남녀의 결합을 (혼인의) 근본 요소로 보고 있긴 하다"면서도 "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빠르게 포괄해야하니 재판부에서 사회적인 목소리를 일찍 수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사실혼까지 인정되는 모든 제도에서 동성까지 포함된다는 판단은 최초"라며 "아예 (권리가) 없었던 것을 하나라도 인정된 것"이라고 짚었다.
국가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던 동성커플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14개 국가의 성소수자 비율은 2.7%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의 성소수자 인구는 10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의료실태통계조사 등에서 성별 정체성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성소수자 실태를 파악하라고 권고했으나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판결 직후 김용민씨도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저희 소송으로 이뤄낸 권리는 혼인이 이뤄낼 수 있는 권리 1000가지 중 1개일 뿐"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정구승 변호사는 "지금까지 음지에 있었던 동성애,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통계가 잡히고 국가의 책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성커플의 지위를 판단해달라는 관련 소송이나 권리 구제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건강보험 제도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다른 법 해석과 제도 설계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한희 변호사는 "판결이 확정되면 소씨 커플만 이기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동성 피부양자도 인정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설계가 완전히 바뀌면서 다른 제도에도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구승 변호사도 "(동성커플의) 법률혼이 인정된다고 하면 이런 판결이 나올 이유도 없다"며 "사실혼 관계도 인정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사각지대에 놓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간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를 판단해 달라는 요구가 사실상 없었던 만큼 단기간 내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박 변호사는 "통상 연금 등 재산분할 청구권 등에서 권리 인정 소송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것들은 좋은 관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두현 기자 (ausure@news1.kr),구진욱 기자 (kjwowen@news1.kr)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6643917?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