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가석방 어려워...종신형으로 보면 돼"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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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직접(작위) 살인 아닌 간접(부작위) 살인 인정…실패 불구 단념하지 않고 살해"
법조계 "이례적인 중형 선고…넓은 범위 살해 인정, 사실상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일"
"가스라이팅 범죄, 증거 없다면 인정되지 않는 게 현 사법체계 원칙…영미권서 종종 인정"
"정상적 사고의 성인 심리 지배해 물 속에 뛰어들게 하고, 작위에 의한 살인 완성? 재판부 무리 판단"
[데일리안 = 정채영 기자]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사망케 한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법조계는 보기 드문 중형이 선고됐다며 일벌백계의 의미를 가진 판결이고, 가석방이 어려운 만큼 종신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7일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형 집행 종료 후 각각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직접(작위) 살인이 아닌, 간접(부작위) 살인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으려던 피고인들은 2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단념하지 않고 끝내 살해했다"며 "범행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곡살인 당시에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구조하지 않고 사고사로 위장했다"며 "작위에 의한 살인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랑하는 부인과 지인의 탐욕으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 유족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았다"고 강조하고,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고 불리하자 도주했다. 진정어린 반성을 하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그동안 재판에서 심리 지배→경제적 착취→남편 생명보험 가입→살인미수 2건→계곡 살인→보험금 수령 시도로 이어진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씨와 조씨가 사고사로 위장해 직접 살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전까지 재판은 작위에 의한 살인(직접 살인) 혐의가 적용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윤 씨에 대한 구조 처리를 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추가됐다.
'작위'는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을 뜻하고,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보통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높지만, 이 사건 재판부는 이씨와 조씨의 범행을 사실상 직접 살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봤다.
이에 대해 이 씨와 조 씨의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으로) 그동안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던 구조 의무 이행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판 절차 정지를 요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조계는 이 씨와 조 씨의 형량에 대해 이례적인 중형이 선고됐다고 강조했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흔하게 나오지 않는 중형이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살인이었기 때문에 일벌백계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보니 전반적인 것들을 고려한 것 같다. 넓은 범위에서 살해를 다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원이 가스라이팅(심리지배)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지 않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만 인정한 것에 대해 법조계는 명확한 증거가 없이는 현실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가스라이팅 범죄는 증거가 없다면 인정되지 않는 것이 현 사법체계의 원칙"이라며 "넓게 인정해버리면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가스라이팅을 주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이 인정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는데 역시 인정이 안 됐다"며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명확히 인정된 적이 없고, 영미권에서는 종종 인정된 판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성인의 심리를 지배하여 물속에 뛰어들게 하여 작위에 의한 살인을 완성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논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이은해가 가석방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십 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범 무기수가 특별감형을 통해 20년 이전에 가석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최근에는 무기형의 경우 가석방이 어려워져 종신형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652461?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