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지나도 범죄피해자 구조 공백 없어야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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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승 공익법무관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 건의
범죄가 발생한 날부터 수년이 지난 이후 범죄 피해가 확인된 경우에도 범죄피해구조금을 지급해 피해자 구조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 소년 사건이다. 소년들은 사건 발생 11년 6개월 만에 유골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 10년이 넘어 범죄피해가 입증됐기 때문에 유족들은 현행법상 범죄피해구조금 신청 권한이 없어 구조금을 받지 못했다.
정구승(32·변호사시험 7회·사진) 공익법무관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범죄피해자보호법 제25조 제2항 개정 건의' 기고문<본보 2021년 3월 25일 11면>을 통해 "범죄피해에서 소멸시효 일반 법리의 예외를 인정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범죄피해는 소멸시효와 관련해 일반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보다 예외를 두어야 할 상황이 많은데, 범죄피해구조금에서 인정되는 예외 범위가 매우 좁다는 것이 이유다.
‘개구리 소년’ 11년 만에 유골로
유족에 구조금 없어
그는 대안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 제25조 2항을 소멸시효와 직접적으로 연동해 '범죄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소멸시효 도과로 소멸하지 않은 경우'에 신청자격을 인정하는 방안 △'범죄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소멸시효 도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해당 기간이 도과된 이후에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 법무관은 인천지검 인권감독관실 등에서 피해자 보호 및 범죄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으면서 문제의식을 갖고 동료 법무관들과 스터디를 꾸려 이 같은 방안을 연구했다.
기고 이후 국회에서 관련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멸시효 법리 범죄피해에서
예외 인정 입법 절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범죄피해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범죄피해구조금 지급 신청 기한이 지났더라도, 이후 구조대상 범죄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는 구조금 지급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부칙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홍 의원은 "일률적 제한 때문에 범죄피해가 밝혀졌음에도 구조청구권 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정합성을 고려해 기존 사법제도와 조화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준 의원
‘기한 지나도 신청가능’ 개정안 대표발의
한 로스쿨 교수는 "홍 의원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부실한 법안"이라며 "기존 제도의 법적 성격이나 유사 제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등 최소한의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법무관도 "범죄피해구조금은 법적 성격상 일반적 지원금과는 차이가 크다. 구조금 지급으로 피해자가 얻는 효용은 가해자에 대한 소송·집행 비용 및 가해자의 무자력 등의 위험부담 인수"라며 "원채권인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 완성을 고려하지 않고 구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법안은 기존 범죄피해구조금의 성격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전 발생한 범죄로 계속 고통 받는 범죄피해자들의 아픔이 달래지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법안을 개정하는데 있어 유사법안에 대한 검토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사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2014헌바148) 등에서 소멸시효 기간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 수많은 논거를 신중하게 제시했었다. 범죄피해자구조금 사각지대를 개선할 때도 유사사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부작용이 적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s://www.lawtimes.co.kr/news/170756?serial=170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