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마구 흔든 뒤 배달한 행동에 적용할 수 있는 범죄 혐의 세 가지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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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모르고 뚜껑을 열었다간, 콜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 게 뻔했다. 콜라가 놓인 장소는 한 가정집 현관문 앞. SNS에 올라온 영상 속 배달원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콜라를 20번 이상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었다. 해당 영상에는 "비 오는 날 시켜 먹네 XX"라는 문구가 함께 달려있었다. 비 오는 날 배달을 시켰다는 이유로 콜라를 고의로 흔든 것으로 보였다.
이런 고의적인 행동, 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며 넘겨야만 할까. 이를 본 변호사들은 "(배달원이) 가볍게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형사 처벌될 수도 있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무려 3가지 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폭행죄,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변호사가 언급한 적용 가능 혐의들
배달을 시킨 주인은 별 의심 없이 콜라를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콜라가 얼굴이나 옷에 튀거나, 신체 부위에 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형법상 폭행죄(①)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의 정구승 변호사는 "배달원의 행위는 충분히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우리 법원이 '폭행'의 범위를 폭넓게 본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법률 자문
실제 대법원은 '폭행'의 의미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타인의 신체에 대해 고통을 주는 행위) 행사의 일체"라는 입장이다. 하급심 판례 역시 상대방에게 상추를 던지거나 찬물을 끼얹은 경우, 가까이서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른 경우 등에 대해 모두 "폭행이 맞는다"고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물손괴죄(②)도 성립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콜라가 옷에 튄 결과 옷의 일시적인 효용(效用⋅재물의 쓸모)을 해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다소 다른 의견이었다. "콜라가 튀는 정도를 주문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등으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며 "폭행 또는 재물손괴 등의 책임을 묻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신 "가게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며 "가게에 대한 업무방해죄(③)가 성립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위력(威力⋅타인의 자유의사를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 등을 사용해 가게의 배달 업무를 방해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각각 변호사들이 생각한 혐의는 달랐지만, 해당 배달원이 별 죄의식 없이 한 이 행동은 법적으로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배달원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류인규 변호사는 "해당 배달원의 행동은 민사상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다"며 "소액이라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구승 변호사 역시 위 의견에 동의하며 "세탁비나 청소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출처: https://lawtalknews.co.kr/article/ZJJW3MRVW8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