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재심청구 문의 폭주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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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변호사사무실 마다 문의·상담 전화 빗발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원과 검찰에도 후폭풍이 미치고 있다. 관련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등이 확정돼 수감 중인 수용자나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재심 청구를 하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헌재는 지난 25일 A씨 등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2019헌바446 등)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윤창호법으로도 불리는 이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는 내용이다.
재판담당 형사단독부
업무부담도 가중될 듯
검찰과 경찰은 이번 위헌 결정으로 재심을 통해 형의 감경이나 석방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최대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으로 한 해 동안 입건되는 사람 수를 5만~6만 명으로 집계한 것이다. 대검은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건 재판에서 음주운전 일반 규정을 적용해 필요한 경우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재범 관련 처벌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관련기사 2021년 11월 29일자 2면 참고>
과거 도로교통법은 제148조의2 제3항 등을 통해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다르게 처벌해왔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0.08%이상인 사람은 1년 이상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의 벌금에, 0.03%이상인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검·경, 감경·석방 요구 인원
최대 15만여명 추산
그런데 2018년 법 개정으로 음주운전으로 두 번 이상 적발된 경우에는 2년 이상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음주운전 전력자들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으면 일괄적으로 형 하한선이 높아졌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뒤 다시 실형을 선고받은 상습 음주운전자나 음주측정에 불응한 경우에도 음주운전으로 판단한 사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의 적법성을 두고 다투고 있는 사람, 음주운전 재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례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펌과 변호사 사무실에도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판사는 "음주운전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양형을 기계적으로 하는데 대부분 벌금형이다. 문제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 두 번째 음주운전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세 번째 음주운전에서 실형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라며 "재심청구가 잇따르면 음주운전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단독 재판부 등에 업무가 폭주하는 등 법원에서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무작정 입법강행으로 혼란 초래” 비판도
정구승(변호사시험 7회)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오늘만 재심 여부 및 승소 가능성을 묻는 20여명을 상담했다"며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두 번 이상 적발됐다는 이유로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수사기관이 같은 조 3항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므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사람들이 받을 형량 및 벌금과 음주운전 전력자가 받는 형량 및 벌금이 같으므로 처벌 공백이 매우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미한 음주상태에서 2회 이상 운전을 해 중형을 받은 사람에게 재심의 실익이 가장 크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경우에는 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의 실익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검사는 "재심개시결정이 받아들여지고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형집행정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하더라도 교정시설에서 미결수 신분으로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제약을 받는 기결수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일단 재심을 청구하고 보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로스쿨 교수는 "최근 여론이 집중되는 사건을 계기로 사람 이름을 따거나 법적 정합성이 충분하지 못한 형사법이 만들어지면서 과도한 입법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헌재 결정이 섬세한 입법과 제대로 된 입법 양형분석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솔잎·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