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승 변호사] 빙판길 사고의 책임을 시장·구청장에 묻는다?… “차도로 눈 치워 사고 위험 키웠다”
본문
이번 빙판길 사고의 경우,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시장과
구청장에게 일부 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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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에서 사고를 낸 버스기사가 사고의 진짜 책임을 묻는다며 시장과 구청장을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구청 직원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인도에 쌓인 눈을 차도로 치워 사고의 위험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담당 직원을 찾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눈이 내렸다면 길이 미끄러울 것을 예측해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가 있다며 제대로 된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는 60대 남성 A씨는 이달 초 서울 관악경찰서에 서울시장과 관악구청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작년 12월 20일 버스를 몰던 중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정류장에 먼저 정차해 있던 다른 버스를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앞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명이 타박상을 입었고 A씨는 해당 승객에게 30만원을 물어줬다고 한다.
A씨는 도로에 전날 내린 눈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정류장에 정차할 때 평소보다 감속 운행을 했으나 정류장이 빙판길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흥대로 중앙차로의 내리막길 정류장들에서도 미끄러지지는 않아 평지인 구로디지털단지역 또한 도로의 상태가 같은 상태일 것이라 생각해 서행했는데 차량이 얼음판 위를 운행하는 것처럼 미끄러졌다”며 “내 사고가 발생한 후 같은 장소에서 3건의 사고가 더 발생했다더라”고 했다.
그는 “도로관리청인 서울시와 관악구가 정류장 및 차도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하거나 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도로법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제대로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았다”며 “(빙판길임에도)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내하지도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관악구청 직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한 구청 직원이 사고가 나기 40분 전에 인도의 눈을 송풍기계를 통해 차도로 불어 사고의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어 A씨는 “눈을 차도로 치운 구청 직원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며 “해당 구청 직원을 찾아 30만원을 물어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서울시나 관악구가 이번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장검사 출신의 박기환 변호사는 “직원이 눈을 치웠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전날 눈이 왔다면 길이 미끄러울 거라고 운전자도 예견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일로의 정구승 변호사도 “눈이 전날에 왔다면 감속을 해야 한다는 주의 의무가 버스기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관악경찰서는 관악구청에 지난달 19~20일의 제설 작업 일지를 요청하는 등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상 사건은 과실과 다친 것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나와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정훈 기자
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330028/?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