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빨리 통과돼 외압 세력 처벌해야"| 정구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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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이 일어난 뒤 18개월 만이다.
박정훈 대령의 1심 무죄 선고의 의미를 짚어보고 앞으로 절차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11일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일로의 정구승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정리한 것.
"윗선의 부당한 명령에 항명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 박정훈 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당연한 결과를 받았는데, 당연하지 않은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너무 길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당연한 판결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일단 너무나도 명백한 사안임에도, 이것을 호도하거나 모욕하는 분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형사적으로 너무나 명백한 사안인데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마치 박정훈 대령이 개인적 욕심으로 일으킨 것처럼, 아니면 변호인단이 다른 정치적 목적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부분이 가슴 아팠습니다. 기소가 되지 말았어야 될 사건이 억지로 기소된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던 정직한 군인의 명예를 찾는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검사 구형 후 인터뷰에서 '제대로 판결 하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대로 나왔네요.
"제가 이번 선고기일 직전 언론 브리핑하면서 말씀드린 게 '어떤 법조인이라도 이 기록을 본다면 무죄의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오로지 재판부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다. 부당한 압력이 있지 않았다면 이건 당연히 무죄'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윤석열이 외압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돼 재판부에서는 부당한 외압이나 다른 외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고,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증거 기록을 검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얻기 어려웠던 그러나 당연한 결과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이번 판결의 의미는?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당한 명령, 그것도 윗선에서 온 명령이라도 부당하다면 그에 대해 항명하는 것은 항명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 국민적 관심 속에서 천명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정훈 대령의 정의로운 행보 덕분에 사실 12.3 내란 사태 때에도 일선 군인들이 항명에 가까운 태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과가 만약 나빴다면 그때의 군인들 그리고 앞으로 이뤄질 수많은 불법 명령을 받는 군인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의로운 결과가 나온 덕분에 이러한 항명과 불법명령 수명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일선의 군인들이 조금 더 정의로운 선택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일각에선 군대는 상명하복이 중요하다는 말도 합니다.
"물론 상명하복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군인 복무 기본법에 따르면 상관은 정당한 명령을 내리게만 돼 있습니다. 상명하복을 이유로 어떠한 부당한 명령도 수명해야만 한다면, 우리가 군을 통해서 지키고자 했던 모든 가치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로서 명령도 정당 법규와 헌법에 맞게 하게 해야죠."
"재판부가 VIP 격노설을 다루지 않은 이유는..."
- 재판부는 박 대령 등 해병대수사단이 이첩 보류 명령을 받지 않았고, 실제 이첩에 나선 직후 이를 중단하라고 한 명령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일단 재판부의 판결을 분석해 드리자면 혐의를 세 가지로 나눠 판단했습니다. 거기에 추가적인 판단 한두 개를 더했습니다. 즉, 이첩 보류 명령, 이첩 중단 명령 그리고 언론 인터뷰를 통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세 가지 혐의에 대해서 판단했고, 공소권 남용 주장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을 드린 이첩 중단 명령 관련해 판단하면서 해당 명령이 정당한 명령인가와 더불어서 명령할 권한이 있느냐까지 봤습니다.
먼저 이첩 보류 명령에 대해 명령 존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명령이란 구체적으로 지시해야 되는데 그러한 것에 대해 명령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고, 자신의 1차 검찰 조사와도 다르거나 객관적 사실과도 배치돼서 믿을 수가 없다고 해서 명령 자체의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저는 재판부가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를 검토 안 하고 명령의 부존재를 이유로 무죄판결을 하면, 무죄 받아도 나중에 분명히 국민의힘이나 이를 비난하는 쪽에서 곡해할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재판부가 현명하게 이첩 중단 명령에서는 이첩 중단 명령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것이 두 가지의 측면에서 항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사령관에게 그런 명령할 권한이 없다는 거예요. 여기서 판단 끝내고 무죄선고 해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국민의힘 등이 또 비판했겠죠. '권한이 없어서 정당하지 않을 뿐, 내용은 정당했다'는 식으로 곡해할 수 있었는데 재판부에서 그런 논란 없이 해당 명령이 형식이나 이런 것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사망 원인 수사 및 사건 처리와 관련 보고서의 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사건에 인계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어요.
즉 국방부장관의 목적이 국방부 장관이 내렸던 목적이 적법하지 않다고 해서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고 구체적으로 설시해주셔서 명령의 내용도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 1심 재판부는 박정훈 대령이 주장해 온 'VIP 격노설'에 대해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어요. 변호인 입장에서 아쉬울 것 같은데.
"VIP 격노설에 대해 판단이 없었던 이유는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공소권 남용 부분에 이유가 있습니다. 판결문 6쪽에 공소권 남용을 판단하면서 언급한 게 군검찰이 위와 같은 주장 및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장관 및 차관, 대통령실, 군 관계자, 해병대 사령관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 및 수사,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를 통한 확인 등의 면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심지어 재판부가 이런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피고인의 권리를 중대히 침해함으로써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라고요.
즉 VIP 격노설을 다루지 않은 이유는 군 검사가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재판에 올려서 우리가 판단할 수 없었고, 그래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의심이 든다는 겁니다. 제가 볼 때 재판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줬어요. 왜냐하면 사실은 재판부는 군검사가 올린 혐의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압 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군검사가 편향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판단을 못 한 것이라고 정확하게 이유를 적시했습니다."
- 그렇다면 군검찰이 제대로 수사 안 한 건가요?
"물론이죠. 재판에서도 이것이 드러났습니다. 조사할 때 '대통령 개입설에 대해 말했던 증인들의 진술은 이거와 상관없어요'라면서 그 진술을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던 사실이 증인 신문에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삼았었는데요.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VIP 격노설이 있었다나 없었다가 아니라 그걸 숨기기 위해 군검사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재판부가 판결로서 꼬집었다고 생각합니다."
- 군검찰이 수사 안 한 건가요, 못한 걸까요?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오히려 이걸 숨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군 검사에 대해서는 고발이 들어가서 현재 수사 중입니다."
- 통화 기록 확보도 못 하지 않았나요?
"통화 기록 확보뿐만 아니라 사실 격노설에 대한 수사는 지금 공수처에 가 있는 내용들을 군검사도 똑같이 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검사는 객관 의무가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뿐만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확보해야 합니다. 피고인, 즉 박정훈 대령이 그러한 주장을 했다면 그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 확인하기 위해 면밀한 조사를 했어야 합니다.
박정훈 대령의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다른 증인들의 추가적인 진술들도 있었고 저희 변호인단을 통해서 통화 기록같이 나왔다면 이것이 사실인지 밝혀내야 될 책임이 군 검사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 검사는 이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척하면서 계속 공소 유지를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가 지적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나라 군대' 운운한 이종섭... "반란에 비판적 사고 없이 동조하는 게 당나라 군대"
-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으로 "야당은 박정훈 대령 1심 판결 내용을 호도하지 말라"며 "민주당이 무차별로 제기했던 수사 외압설은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아 이미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는데.
"정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죠. 수사외압설에 대한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재판기록을 보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많이 나왔고 그에 대해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증인이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판결문에서도 그것을 여기서 다루지 못했던 건 군 검사의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증언과 진술로 군 검사가 그에 대해서 대통령실 수사 외압에 대해서 묻으려고 했던 정황과 그리고 실제로 수사를 했던 담당자 그리고 박정훈 대령 휘하의 부하들이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것을 재판을 통해서 밝혀냈습니다."
-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1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항명죄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군대는 상관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아도 항명이 아니고, 상관의 명령을 검토 없이 이행한 부하는 내란죄로 처벌된다"며 '당나라 군대'라고 조롱했는데.
"진짜 당나라 군대는 대한민국에 반란을 일으키자는 것에 대해 어떠한 비판적 사고 없이 동조하는 군대죠. 진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군대는 그러한 내란범들이 반란 일으킬 때 정의롭게 '이것은 대한민국의 가치 헌법과 맞지 않다'면서 그에 대해 항명하고 진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반란에도 참여하는 꼭두각시 병사를 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정병도 아닐 뿐만 아니라 바로 당나라 군대라고 생각합니다."
-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 내지 못하고 있잖아요. 이건 어떻게 평가합니까?
"공수처를 믿을 수 없습니다. 1년 6개월간 어떠한 결과도 내놓지 못했고, 거의 7개월 동안은 수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것은 공수처의 역량과 의지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고, 특히 지금 내란 사건으로 인해서도 이쪽에 투입할 역량이 부족할 거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채 상병 사건에 관해 빠르게 특검이 통과돼서 지금까지 외압에 가담했고 외압을 방관하거나 조력했던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이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1심 판결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채 상병 특검 재발의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니고 내란 사건이 일정 부분 정리된 후 발의하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나요?
"중요도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란은 대한민국 자체를 전복하려고 했던 행위이기 때문에 그것이 먼저일 수 있지만 정의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찾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그걸 잊지 않고 차후에 내란이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에 특검을 진행해 준다면 그를 통해서라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특검을 누가 추천하는지가 또 쟁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지금 내란 특검에서 제3자 특검으로 바꾼 것처럼 제3자 특검이라고 해도 실력 있는 분이라면 명백하고 자료가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입니다."
- 앞으로 남은 과정은?
"먼저 국방부가 항소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항소 여부와 별개로 김정민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는 박정훈 대령의 보직 해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 기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잡히지 않았어요. 빠르게 진행해서 박정훈 대령이 원대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이 사건에 주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 그리고 박정훈 대령의 편을 들어서 진실과 정의를 찾는 길에 동참했던 부하 군인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불이익을 해소하는 것까지 이뤄져야 완벽하게 정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