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한 일부 지지자들이 지난 1월19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한 일부 지지자들이 지난 1월19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인데요.
법조계는 이날 헌정 사상 초유의 법원 폭동에 가담했던 자들은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이 재산 피해액을 6~7억원으로 추산한 만큼,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억대 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도 처했습니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되면 가해자를 모두 묶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게 된다”면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전부 연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조인 5인 의견 들어보니…“20대 초범이라도 실형 피하기 힘들어”
“헌법 위 국민저항권” 주장한 전광훈 목사도 “방조범 가능성 있어”
물적 피해 6~7억 추산…“불법 행위 가담한 전원, 억대 배상금 물어줄 처지 놓여”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021년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일어난 극우파의 폭동이 2025년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현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한 일부 지지자들이 지난 1월19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다. 이날 헌정 사상 초유의 법원 폭동에 가담했던 자들은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이 잇따른다. 대법원이 재산 피해액을 6~7억원으로 추산한 만큼,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억대 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도 처했다.
폭행까지 일삼아 경찰관 ‘전치 3주’ 부상도…“징역 3년 이상 처할 수도”
서울경찰청은 지난 20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90명을 체포해 우선 구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46명은 서부지법 내부에 침입한 혐의, 10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막으며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10명은 서부지법 담을 넘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중 5명은 이날 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21일 시사저널이 만난 법조인 5명은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이들에게 형법상 건조물침입과 공용물건손상죄가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건조물침입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만약 2명 이상이 합동하거나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더 강해진다. 이 경우 특수건조물침입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법원에 들어가 공용물건을 파손했다면 공용물건손상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무후무한 사태인 데다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면서 “실형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공무집행을 정상적으로 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이세일 변호사(법무법인 세일)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변호사는 “최소한 공용공간에 침입해 건조물을 파괴한 사람에 대해서는 실형이 나올 것 같다”며 “정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현직 대법관 12명 전원은 “서부지법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대법관 전원의 명의로 입장이 표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발부에 항의하여 법원내부에 난입 파괴를 한 뒤 하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부지방법원에 경찰 모자가 떨어져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번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일으킨 자들은 저지에 나선 경찰관까지 폭행했다. 경찰관에게 쇠 파이프를 휘두르고 벽돌 등을 던지는 등 폭력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지자들에 의해 구타 등을 당한 경찰 부상자는 51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영장 발부 전인 18일 법원 일대 시위 등을 막다가 34명이, 영장 발부 후인 19일 새벽 법원 침입을 저지하다 17명이 각각 다쳤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는 등 많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에 해당되면 징역 3년 이상에 처한다. 이용민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그 이외의 죄명은 부수적으로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 공무집행방해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번 건은 수사 기관의 구속 의지가 강한 만큼 초범이라 할지라도 3년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곧 훈방될 것” 발언한 윤상현 의원…“법적 처벌 가능성은 낮아”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목사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대한민국의 권위는 헌법에 있지만,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있다”며 “당장 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이틀 전에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1000만명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을 모집해 오는 교인들에게 1인당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세일 변호사는 “범행을 부추겼으면 기능적인 행위를 담당했다고 보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했다면 교사범이 된다”며 “가담한 사람들의 진술이 중요하겠지만 최소한 방조범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전 목사를 내란 선동·선전, 소요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야권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폭동을 부추긴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의원은 법원 담을 넘다가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에 대해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윤 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윤 의원이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송득범 변호사(법무법인 영진)는 “윤 의원이 ‘경찰 관계자와 얘기를 해서 여러분을 모두 훈방조치할 수 있으니 들어가세요’라고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면서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취지의 발언이라면 폭력 사태를 지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영림 변호사도 “공범이든, 동기부여를 했든 책임을 지우려면 결국 그 발언이 난동 사태에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소요죄와 내란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이 죄명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 형법상 소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송득범 변호사는 “소요는 이례적으로 적용되는 죄명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로 소요죄 처분이 내려진 건 전두환 정권에 반대해 일어난 1986년 인천사태가 마지막이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도 소요죄가 적용됐으나 최종적으로 검찰이 적용하지 않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대법관 회의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난동 사태 가담자들은 수천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물적 피해는 약 6억∼7억원 규모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 출입통제 시스템,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이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부지법은 약 50명을 투입해 법원 내부와 외부를 청소·정리했다.
천대엽 처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지지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인가’라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는 여러 대법관의 말씀이 있었다”며 “(청구 대상은)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 전원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되면 가해자를 모두 묶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게 된다”면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전부 연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