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윤 대통령 증인 신청해 '외압 의혹' 확인할 것" | 정구승 변호사
언론 보도
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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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군사법원은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 대령이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피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려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직후 외압이 이어졌다는 ‘외압 의혹’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법무법인 일로 정구승 대표변호사는 일문일답 인터뷰에서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등장하면서 고생길이 열렸다”면서도 “항소심에서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 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정구승 대표변호사는 현재 지난해 12월 31일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제보자 강혜경씨의 변호 역시 담당하고 있는데, 강씨가 청구한 윤 대통령 옛 휴대전화 증거보전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월 9일 군사법원은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구체적으로 이첩 보류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박 대령이 실제 이첩에 나선 이후 50여분이 지나 중단하라고 한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대령이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외압 의혹’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압 의혹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피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려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직후 외압이 이어졌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정훈 대령 지휘로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했으나 반나절 만에 회수한 2023년 8월 2일에는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것도 확인됐다.
주간조선은 지난 1월 1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일로’ 사당 사무소에서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는 정구승 변호사를 만나 박 대령 재판 과정과 박 대령 측이 주장하는 ‘외압 의혹’에 대해 들었다. 정 변호사는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등장하면서 고생길이 열렸다”면서도 “항소심에서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 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제보자 강혜경씨가 청구한 윤 대통령 옛 휴대전화 증거보전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강씨의 변호도 맡고 있다. 다음은 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박정훈 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무죄를 선고받은 결정적 증거를 꼽자면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대화 내용에서 이미 김 전 사령관이 이첩 여부를 고민한 흔적이 엄청 많이 남아 있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논의 중이다’ 하는 내용도 있다. 또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관련자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징계로 하라’는 식의 노골적인 외압을 가한 것이 남아 있었다.
(명령의 발권자인) 김 전 사령관은 1차 조사 때에는 ‘적극적으로 지시한 적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이후 진술이 바뀌었다. 때문에 재판부가 김 전 사령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다. 반면 박정훈 대령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증언을 했기 때문에 ‘이첩 보류 명령은 없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 박 대령 항명죄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사실상 ‘수사 외압 의혹’으로 옮겨간 것 같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군검사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커트하려 했고, 저희는 ‘정당한 명령인지를 확인하려면 외압에 의한 명령인지, 자의에 의한 명령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외압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신기록에서 발견한)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 통신기록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러나 이번에 항소가 되지 않았나. 이제 군사법원이 아니라 민간법원이다. (윤 대통령) 증인 신청을 정말 하고 싶었다. 사실 ‘격노를 했던 그분’ 때문에 사건이 시작된 거잖나. 그 당시에는 최고 지위 공무원이시다 보니 소환할 수 없었는데, 항소심이 열릴 때쯤이면 아마 탄핵 심판이 끝났을 것이다. 만약 지금 수사를 받고 계신 것 때문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라면 증인 출석이 어렵지 않을 거라 본다. (군검찰의) 항소가 오히려 그쪽의 발목을 잡을 거다.”
- 계엄사태 이후 여러 곳에서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명’이 언급됐다. 현 상황에서 박 대령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큰 것 같다.
“6차 공판이 끝나고 박정훈 대령이 저와 김규현 변호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나에 대한 기소가 부당해서, 나와 부하들의 명예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하나의 시작점이자 마일스톤(이정표)이 된 것 같다.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타날 때 나를 본보기로 삼지 않겠느냐.’ 그래서 반드시 이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12·3 계엄사태 당시 국회 본관에서 스크럼을 짜고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때 제가 계엄군을 향해 ‘박정훈 대령 못 봤냐. 무죄 나올 거다. 내가 박정훈 대령 변호인이다. 항명해도 유죄가 되지 않는다. 내가 변호해주겠다’고 계속 외쳤다. (박 대령 재판은) 707특임대뿐만 아니라 경호처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으로 본다. 박 대령의 정의로운 행동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정말 컸다고 생각한다. 만약 박 대령께서 수사 외압에 굴복했다면 아마 임성근 전 사단장이 해병대 사령관이 됐을 거다.
내란 당시 믿을 수 있는 군대가 육군밖에 없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해군과 공군을 배제하고 진행했는데, 여기에 해병대가 꼈다면 내란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날개 중 하나를 박 대령이 저지한 거다.”
- 박 대령 사건은 앞으로 어떤 과정이 남아있나.
“이제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증인신청을 할 계획이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있었던 관련 인물들을 모두 증인으로 부르려고 한다. 또 민간법원에 요청해 공수처 수사 자료를 받아서 초기 수사부터 군검찰이 자료와 다르게 이야기했던 것들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미 고발도 되어 있는데 군 검찰단장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저희 증인심문 과정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이첩 당시 중앙수사대장이었던) 박세진 중령께서 ‘대통령에 대한 진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군검사들이 조서(피의자 신문 조서)에 적어주지 않았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이미 한 바 있다. 군검찰은 구속영장에 ‘대통령 개입설은 박정훈 대령의 망상’이라고 쓰면서 박 대령이 하지 않았던 행위나 말을 꾸며 넣어 어떻게든 구치소에 넣어버리려 했다. 입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공판 군검사들은 책임을 져야 할 거다.”
- 박정훈 대령 외에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제보자 강혜경씨 변호도 담당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두 사람의 변호를 맡게 됐나.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던 날 김규현 변호사를 만났다. 당시만 해도 저는 시류에 관심이 없었는데, 형(김 변호사)이 ‘너도 좋은 일 좀 하고 살아라’고 하더라. 그리고 다음 날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 단톡방에 초대돼 있었다. ‘사실조회만 하면 된다, 너 고생 안 해도 된다. 다 끝났다’ 해서 변호인단에 들어갔는데, 사실조회를 했더니 갑자기 대통령 (전화) 번호가 나왔다. 그때부터 고생길이 열렸다. 강혜경 사건도 (김규현 변호사가) ‘너도 가야지’ 해서 함께하게 됐다. 강혜경씨가 지금 15차째 조사를 받고 있는데, 창원을 매번 가야 해 3명의 변호사로는 턱없이 힘들다.”
- 강씨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옛 휴대전화 증거보전 신청이 기각됐다. 박정훈 대령 사건에서 발견된 번호와 같은 휴대전화인가.
“같은 번호, 같은 휴대전화다. 예전부터 오래 쓰신 것이다. 저희가 법원에 증거 보전을 청구하는 것보다, 사실은 수사기관인 공수처에서 확보했어야 한다.”
- 강혜경씨에 대한 조사는 현재 어떻게 진행 중인가.
“창원지검은 자주 부르긴 하지만 사실 중복되거나 핵심이 아닌 질문들, 고발된 건에 대한 처리 정도만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태균, 수많은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물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 나와 있는 사람들 간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더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의지의 문제다. 검찰에서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