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없는 광산' 채굴에 국고보조금 지급한 광업공단 | 오종훈 변호사
본문
윤석열 정부 막판 대통령 부재 기간에 전격적으로 임명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광업공단) 황영식 사장이 광업공단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점차 짙어지고 있습니다.
황 사장은 광업공단 비상임이사 재직 당시 광산 관련 A기업에 사외이사를 겸임한 사실이 사장 임명 후에 드러났고, 심지어 광업공단은 이 기업에 국고보조금까지 지급했는데요.
관가에서는 인사 검증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일부러 숨겼거나 알고도 눈감았다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며, 심지어 이해충돌 부분은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황 사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무법인 일로 오종훈 대표변호사는 “비상임이사가 법령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해충돌의 여지를 판단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며 “겸직과정에서 신고 및 승인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있음은 물론 향후 법정 공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3년간 광업공단이 지원한 국내 광산 탐사 실적 및 결과보고서와 현대화개발사업 보고서 중 일부분. A기업 (빨간색 하이라이트 부분)의 매장량 등 수치는 ‘-’(없음)으로 표기돼 있고 약 3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photo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윤석열 정부 막판 대통령 부재 기간에 전격적으로 임명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광업공단) 황영식 사장이 광업공단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황 사장은 광업공단 비상임이사 재직 당시 광산 관련 A기업에 사외이사를 겸임한 사실이 사장 임명 후에 드러났고, 심지어 광업공단은 이 기업에 국고보조금까지 지급했다. 관가에서는 인사 검증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일부러 숨겼거나 알고도 눈감았다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며, 심지어 이해충돌 부분은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가 제기되자 광업공단은 보조금 지급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해명했지만, 주간조선 취재 결과 이마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5월 광업공단은 ‘황 사장이 과거 사외이사로 겸직한 민간 광산업체 A기업의 생산 실적이 존재하고 해당 실적 보고서를 토대로 국고보조금 사업에 A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광업공단 측의 설명과 달리 A기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광물 매장량, 채광량, 투자효과 수치 등이 ‘0’이거나 측정조차 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광업공단 측의 해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공단 측은 생산실적이 사업 선정 시 최우선 기준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분석할 광물의 매장량조차 거의 없는 광산에 분석 장비 지원금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22~2024년 광해광업공단 국고보조(광량확보) 탐광시추사업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황 사장이 사외이사로 겸직한 A기업은 생산량은 물론 사업 가치를 측정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다.
2022년 기준 A기업은 매장량, 채광량, 잠재가치, 투자 효과 모두 ‘-’(없음)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광업공단은 ‘A기업은 시추결과 광황이 빈약한 바, 신규 광체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탐사 노력이 필요함’이라고 보고서에 표기했다. 광업공단이 해당 광산에 묻혀 있는 광물의 수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매장량이 낮았다는 것이다. 앞서 광업 전문가들 역시 “본래 A기업의 광산은 수십 년 넘게 휴광 상태였던 광산이라 매장량이나 사업 가치가 높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지는 2023년과 2024년 자료에서는 A기업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2023~2024년 국고보조 탐광시추사업 결과보고를 보면 광업공단은 총 57개 광산의 현황을 조사했는데, A기업의 광산은 이 목록에 없었다. 2024년 보고서에도 A기업은 빠져 있었다. 앞서 A기업 측은 주간조선에 “2023년 11월경부터 광산을 재가동하기 시작해서 2023년 실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광업공단 측이 “실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광업공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0’에 가까웠던 A기업의 광물 매장량이 1년 사이에 측정 가능할 정도로 늘어나야 하지만 광업 종사자들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업공단 측은 “매장량이 없어도 실적이 나올 수 있다”며 “공단 측이 제작한 보고서 상의 수치는 국고보조금 사업 지원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단 “매장량 없이도 실적 존재 가능”
문제는 매장량과 사업가치가 0에 수렴하는 당시의 A기업이 광업공단 주관 국고보조금 사업에 선정돼 약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는 점이다. 앞서 광업공단 측은 “해당 사업의 업체 선정기준은 총 16가지이며 매출액 규모는 그 중 일부에 해당하는 항목”이라고 밝히며 문제 제기가 부당함을 주장한 바 있다. A기업과 함께 2022년 매출량, 생산실적, 잠재가치 등이 0으로 측정된 타 기업들은 국고보조금 지원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 2023년 ‘광황 빈약’으로 평가받은 또 다른 업체 ‘B기업’은 A기업과 같은 해에 사업에 선정됐지만, B기업은 2022년 매장량, 투자효과, 채광량 등 수치가 존재했고 동일 광종 업체들의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 광산 업체에 종사 중인 한 현직 실무자는 “A기업은 매장되어 있는 광물이 애초에 거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효과나 지원 효과 등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석할 광물이 없는데 분석 장비 구매를 위한 돈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A기업의 광산 조사를 직접 진행했던 광업공단의 한 전직 임원은 “A기업이 작년 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최근에 알게 됐는데, 굉장히 의아했다”며 “조사 당시 매장량이나 채굴한 실적이 없었는데도 현대화개발사업에서 (국고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A기업 광산 조사를 담당했던 또 다른 전직 광업공단 직원은 “2023년에 A기업 광산은 지원할 가치가 있는 매장량이 측정되지 않았다”며 “업계에서는 김씨(A기업 대표)와 황 사장이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광업공단 측은 A기업이 국고보조금 사업에 선정된 이유에 대해 ‘공단 내부위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국고보조 선정위원회가 사업대상을 선정했다’고만 해명했다. 선정 기준과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황 사장이 광업공단과 A기업에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김씨가 A기업을 인수한 2023년 이후에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A기업 광산의 경영 및 광업권을 확보한 후 “연간 800t의 생산량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의 발언과 달리 A기업 광산은 2023년과 2024년 모두 경영평가보고서와 재무제표에서 업계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광물 채광량이나 사업 성과 등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이해충돌, 법적으로 따져야”
이에 따라 황 사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형사징계센터가 있는 법무법인 일로 소속 오종훈 대표변호사는 “비상임이사가 법령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해충돌의 여지를 판단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며 “겸직과정에서 신고 및 승인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있음은 물론 향후 법정 공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공직법 관련 변호사 역시 “공공기관 임원 인사 지침’ 등에 따라 공공성과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 비상임이사의 겸직 제한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업공단은 “황 사장이 상임이사가 아닌 비상임이사 시절 민간 업체를 겸직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황 사장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 시절 진행된 공기업 인사 및 평가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여당인 민주당은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8일에도 민주당 ‘내란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는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19명의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이 임명됐다”며 “내란과 탄핵 정국을 틈타 윤석열 정부 측근들이 공공기관에 알박기한 상태로 보인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정권 몇몇 인사들이 황 사장과 같은 언론사 출신이란 점에서 그의 임명 여부에 대한 적정성 여부가 제대로 판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우려도 나온다.
공단 안팎에서는 광물업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황 사장의 임명과정에서도 본인과 같은 언론사 출신인 윤석열 정부 실세가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 바 있다.
출처 :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2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