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발표된 12·3…막후엔 ‘충암파’가 있었다 |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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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10시 24분,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에 국회뿐만 아니라 법조계, 시민단체 모두 ‘패닉(Panic)’ 상태에 빠졌습니다.
같은 날 오후 11시에는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으며 군 정예부대인 1공수여단이 국회에 투입돼 보좌진들과 대치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계엄군은 국회 창문을 부수고 회관에 진입했으며, 탄창을 장착하진 않았지만 총기를 소지한 탓에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계엄에 가담한 계엄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작전부대장이 위법한 행위를 벌였다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다수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진행 절차상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강등을 넘어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국회에선 창문을 부순 계엄군에 대한 채증(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도 진행한 상황입니다.
군 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창문을 깬 행위 자체는 재물 손괴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구속 요건의 해당성이 있다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또한 문건일 변호사는 "비상계엄 진행 과정에서 공문서를 상부에 전달하거나 문서 작업을 했던 군 공무원들이 ‘상관의 말을 듣고 이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비상계엄 요건에 대해 해당하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위치이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 3일 오후 10시 24분께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에 국회뿐만 아니라 법조계, 시민단체 모두 ‘패닉(Panic)’ 상태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같은 날 오후 11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군 정예부대인 1공수여단이 국회에 투입돼 보좌진들과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계엄군은 국회 창문을 부수고, 회관에 진입했다. 탄창을 장착하진 않았지만, 총기를 소지한 탓에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은 “인터넷도 막히는 것 아닌가” “장갑차를 탄 군인이 서울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모론인 줄 알았던 8월 김민석의 ‘계엄 준비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처음 윤 대통령의 ‘계엄 준비설’을 제기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선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당 회의에서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했다.
이후 9월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지속적인 반국가 세력 척결 주장과 대통령 부부가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는 그들이 권력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할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계엄법·국가배상법 개정이 담긴 ‘서울의 봄 4법’ 발의를 통해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나회에 이은 ‘충암파’, 군 요직에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충암파’(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등학교 출신 측근 그룹)에 대한 첫 언급은 지난 8월12일 나왔다. 윤 대통령이 김용현(육사 38기)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당에선 “계엄 대비용 인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을 행안부 장관에 앉힌 데 이어 국방장관 자리에까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처장을 앉혔는데,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뿐이기 때문이다.
충암파로 불리는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 야당 논리였다.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 박종선 사령관은 물론,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중장)도 충암파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인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조직이다.
계엄사령관에 육군참모총장 앉힌 이유는?
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통상 계엄령이 선포되면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가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군 내·외부에선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출신이다 보니, 육사 출신인 박 총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수뇌부에선 계엄 상황에 김 의장보다 박 총장이 전략적 판단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라며 “계엄을 앞두고 사전 교감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이유가 기무사 계엄 문건을 참고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과거 기무사는 계엄 문건에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업무에서 벗어나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특전사 예하 제1공수여단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두고는, 지리적으로 국회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1공수여단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데,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매우 인접하다.
계엄 사령관, 절차상 위법성 인지했다면 ‘파면’ 혹은 ‘해임’
이번 비상계엄 해제로 박 총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많다. 법조계에선 이번 계엄에 가담한 계엄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작전부대장이 위법한 행위를 벌였다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비상계엄 진행 절차상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강등을 넘어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계엄사령관을 포함한 군 지휘부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한 채 행동에 옮겼다면,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물론 내란죄가 인정될지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창문을 부순 계엄군에 대한 채증(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도 진행한 상황이다. 군 검사 출신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창문을 깬 행위 자체는 재물 손괴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구속 요건의 해당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계엄군뿐만 아니라, 비상계엄 진행 과정에서 공문서를 상부에 전달하거나 문서 작업을 했던 군 공무원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문 변호사는 “이들이 ‘상관의 말을 듣고 이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비상계엄 요건에 대해 해당하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위치이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