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뜬 '비동의강간죄' 입법화…법조계, 찬성과 우려 입장 엇갈려 |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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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비동의강간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입법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해당 법안은 강간죄 성립 요건을 기존의 ‘폭행·협박’ 중심에서 ‘동의 여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비동의강간죄는 기존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소를 불필요하게 만들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 피해자가 반항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기존 법 체계에서는 피해자가 신체적 저항을 하지 못했거나,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경우 처벌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다만,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해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될 경우 무고죄 등 법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군인, 교사 등 공무원은 성범죄로 연루되면 곧장 직위 해제된다. 그렇기에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도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충분히 논의한 이후에 입법화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강간죄 성립 요건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법조계 “무고 피해 줄이는 방법 함께 고민해야”

우리 사회에 비동의강간죄 법안이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입법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법안은 강간죄 성립 요건을 기존의 ‘폭행·협박’ 중심에서 ‘동의 여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4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형법 제297조에 적시된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얼마나 격렬하게 반항했는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했다. 반면 비동의강간죄는 상대방이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유럽 10여 개국과 캐나다, 호주, 미국 일부 주에서 이미 이를 기반으로 한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상태다. 이 개념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비동의강간죄는 기존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소를 불필요하게 만들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 피해자가 반항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기존 법 체계에서는 피해자가 신체적 저항을 하지 못했거나,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경우 처벌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다만,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존 강간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의 변호사는 “현재 강간죄의 법리상 피해자가 강한 저항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줄어들어 보다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변호한 A 변호사 역시 “비동의강간죄는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법조인은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될 경우 법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비동의 여부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상대방이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 당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된다면 형사사법 체계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무고죄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비동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많아질 경우, 무고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허위 고소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유럽·미국은 이미 ‘비동의 성관계=강간’ 규정
비동의강간죄와 유사한 법안을 도입한 국가들은 이미 입법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웨덴은 2018년 동의 기반 강간죄를 도입했다. 영국과 독일 역시 동의 여부를 성범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피해자가 저항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는 성관계 시 명확한 동의가 없을 경우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고려할 때, 비동의강간죄 도입 시 명확한 법적 기준만 마련하면 실제 적용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입법 반대 측이 우려하는 무고 피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면 우리나라도 성공적인 법안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성범죄 사건에서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형사 사건 전문인 김태룡 변호사는 “영상, 녹취, 디지털 기록 등을 활용하여 사건 당사자의 진술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무고죄 처벌 기준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행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허위로 범죄 사실을 신고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성범죄 사건에서 무고죄를 적용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성범죄 무고죄를 별도로 규정하여 허위 고소를 엄격하게 다루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사 사건 전문인 문건일 변호사는 “군인, 교사 등 공무원은 성범죄로 연루되면 곧장 직위 해제된다. 그렇기에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도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충분히 논의한 이후에 입법화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출처: 첫 삽 뜬 '비동의강간죄' 입법화…법조계, 찬성과 우려 입장 엇갈려 < 사회 일반 < 사회 < 기사본문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