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의 한숨 “민주당 사법 개혁, 조희대·지귀연 향한 경고” |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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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진행 중인 검찰·언론·사법 개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검찰청 폐지 논의를 정부 출범 단 100일여 만에 확정했으며, 징벌적 배액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 역시 브레이크 없이 진행 중입니다.
사법 개혁은 여당이 남겨둔 마지막 카드입니다.
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내란특별(전담)재판부 설치를 비롯해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등 다방면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법원 안팎에선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이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과 내란 재판부 길들이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성긴 사법 개혁은 결국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더 큰 국가적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법조계 전반의 우려도 커지는 중입니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사건이었기에 사법부에서도 더 신중하게 다뤘어야 했다. 법관의 독립성을 헌법에서 보장해 주는 것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서 부여한 것”이라며 “당사자인 조 대법원장 역시 합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진행 중인 검찰·언론·사법 개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추석 명절 전에 개혁 관련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은 그저 선언만이 아니었다. 정부·여당은 검찰청 폐지 논의를 정부 출범 단 100일여 만에 확정했다. 징벌적 배액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 역시 브레이크 없이 진행 중이다.
사법 개혁은 여당이 남겨둔 마지막 카드다. 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내란특별(전담)재판부 설치를 비롯해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등 다방면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원 안팎에선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이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과 내란 재판부 길들이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제기한다. 성긴 사법 개혁은 결국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더 큰 국가적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법조계 전반의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사진)과 지귀연 부장판사 ⓒ시사저널 박은숙·뉴시스
“올 것이 왔다”…사법부 길들이기 우려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역의 한 고등법원 A 판사는 민주당 사법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시사저널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5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도 참여했던 A 판사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3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인용 결정과 4월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재판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이 민주당 역린을 건드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 판사는 “조 대법원장의 판단에 대한 논란은 5월 전국법관회의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느냐”고도 말했다.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재판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을 위한 노력’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에 따른 재판독립 침해 가능성’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됐으나 의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서의 ‘특정 사건’이 바로 대선을 앞두고 한 달 만에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상고심을 말한다.
재경지법의 B 부장판사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라며 “(민주당이) 검찰 개혁 다음은 사법 개혁이라고 말해 오지 않았느냐”고 한탄했다. 대선 전부터 조 대법원장의 선거 개입을 강하게 질타하며 사법 개혁을 언급해온 만큼 대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예견된 수순이라는 인식이다. 실제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준비 중인 5대 입법안 가운데 가장 우선 논의되고 있는 것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029년까지 26명으로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상고심 적체 해소를 위해 대법관 증원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릴 경우 사실심인 하급심(1·2심) 역량 약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대법관을 늘리려면 1·2심 판사들 가운데 대법관을 지원하는 재판연구관으로 가야 하고, 그만큼 사실심 담당 법관이 줄어 재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실무자 입장에서 1심 판사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1심 담당 판사 수부터 증원한 후에 순차적으로 2심 고법 판사, 3심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이 맞다”며 “일반 국민의 범죄와 밀접한 재판은 하급심이다. 1심 판사 증원 없이 3심 대법관만 증원한다면 ‘사법부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B 부장판사 역시 “대법관 증원이 상고심 지연 해결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예산으로 1심 법관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8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왼쪽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
일각에선 “사법부가 자초한 측면도”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C 판사는 “민주당 사법 개혁 논의는 결국 조 대법원장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 판사는 ‘대법원이나 행정처가 논란이 된 지귀연 판사 문제를 빨리 매듭짓지 않는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대법원은 하급심 재판을 지휘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 그 자체가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는 헌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법원에 헌법을 어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사개특위와 별개로 민주당에서 발의한 다른 사법 개혁 법안들 역시 국회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받는 중이다. 이른바 ‘4심제’라고 불리는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정진욱 의원 대표 발의)과 잘못된 수사·재판에 대해 담당자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이 대표적이다.
재판소원은 궁극적으로 헌법재판소(헌재)를 대법원보다 상위 기관으로 올리는 조치다. 법조계에서는 이야말로 법원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 해석상 대법원과 헌재 모두 최고 사법기관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견제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리거나 재판소원 도입으로 4심제가 굳어지면 결국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위상은 지금보다 낮아지게 된다”며 “대법관들이 일반 국민들 법 감정에 어긋나고, 권위를 누려온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의 경우 신설되면 수사·판결에 불만을 가진 사건 관계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부작용을 지녔다. 정치권에서도 검사나 법관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을 경우 활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법조계에서는 그 ‘1호 대상’이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한 지 부장판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는다. 다만 검사와 판사가 수사권·재판권을 남용해도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사법부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을 했다면 이러한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리라는 평가도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응한 법조인들은 대선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진행한 조 대법원장의 선택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최근 법관들이 판단한 정치적 사건들은 여론을 환기하도록 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특히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34일 만에 판단했다는 것은 충실하게 기록을 봤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을 만했다”고 지적했다.
문건일 변호사 역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사건이었기에 사법부에서도 더 신중하게 다뤘어야 했다. 법관의 독립성을 헌법에서 보장해 주는 것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서 부여한 것”이라며 “당사자인 조 대법원장 역시 합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입법부와 행정부는 일반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시스템을 운영한다. 판사들은 ‘법관의 양심’을 강조하지만, 시스템으로 보면 민주적 정당성을 상대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소한 배심제라도 도입해 법관들의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재판부 구성, 문재인 정부 때도 안 해”
정부·여당의 사법 개혁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사법부 독립과 형사사법제도 근간을 통째로 흔드는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국회가 특정 사건 재판부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직접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모든 사건은 재판부 배정을 랜덤하게 한다. 특정 사건이 특정 재판부로 가서 판결에 유리 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재판부는 기존 사법 체계와는 다르고, 재판 당사자로 하여금 공정하고 평등한 재판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때도 특별재판부 구성 이야기가 나왔으나 위헌 논란에 결국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인민재판’ ‘하명 재판’이라는 각계의 비판에 이어 “윤석열이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국회) 들어온 것과 똑같다”는 자당 현역 의원의 문제제기까지 이어지자 ‘내란전담재판부’로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아울러 국회, 사법부, 대한변호사협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조 대법원장이 최종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만큼 헌법이나 법률 위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사실상 내란전담재판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민주당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계엄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 간부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지 부장판사를 바꾸라고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며 “민주당 인사들이 재판에 직접 참관해 보면,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에게 결코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인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 간부는 그러면서 “사법부 압박 차원을 넘어, 이걸 정말 한다면 그건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과 형법상 내란죄를 교묘하게 뒤섞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상계엄이 국회 표결로 당일 진압됐고, 윤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돼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정치적 레토릭(수사)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국회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다투지 않겠다고 철회하기도 했는데, 정청래 대표가 당시 국회 측 탄핵소추단장이었다.
여당은 이 같은 법조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법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9월9일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나서서 사법부의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며 “법원 스스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간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놨다. △노동법원과 소비자법원 신설 △대법관 30명 증원(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외) △법관 임용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경력별 임용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자신들도 참여한 사개특위를 제안했으나 의석수에 밀려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대한 국민과 소통하며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생각”이라고 했다.
출처: 서초동의 한숨 “민주당 사법 개혁, 조희대·지귀연 향한 경고” < 사회 일반 < 사회 < 기사본문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