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배임죄 폐지’ 논쟁, 법조계 달군다 |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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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 입법을 두고 야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야권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 방탄 입법’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법조계는 배임죄가 사라질 경우 국내 대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1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큰 규모의 로펌을 선임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이 악의를 품고 기술을 빼돌리면 배임죄 처벌 없이는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배임죄 폐지 찬성론자들은 배임죄 무죄율이 높은 만큼, 불필요한 사법 리스크가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만약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대체 입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엔 법조인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습니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배임은 업무 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배신행위를 한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경영상 판단이 아닌 배신행위로 볼만한 사례를 유형화해 개별 입법하게 되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 입법을 두고 야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야권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 방탄 입법’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법조계는 배임죄가 사라질 경우 국내 대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형사 사건 전문 김소정 변호사는 3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 기업에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기술들이 해외로 한 번 유출되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선 중소기업에서도 배임죄 폐지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큰 규모의 로펌을 선임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이 악의를 품고 기술을 빼돌리면 배임죄 처벌 없이는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배임죄 폐지 찬성론자들은 배임죄 무죄율이 높은 만큼, 불필요한 사법 리스크가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실제 2024년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무죄율(1심 기준)은 7%에 달한다. 1심 전체 형사 공판사건 무죄율(3.1%)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셈이다.
배임죄가 ‘경제형벌’의 대표적 사례로, 정치권이 이를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경영자가 유보한 돈을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잘못 처리해 배임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 배임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배임죄 존폐를 둘러싼 다양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서초동에선 배임죄가 존치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주주들 입장에선 배임죄가 없어지면 경영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 수단 하나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10월31일 대장동 비리 일당의 업무상 배임죄 등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도 배임죄 존폐에 대해 짧게 의견을 냈다. 조 부장판사는 “현재 배임죄 관련 부분은 완전히 폐지 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처벌 가능 영역을 유형화하는 대체 입법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를 접했다”고 했다. 특정 사건의 선고 공판에서 입법 추진 사안에 대한 재판부 언급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조 부장판사의 발언은 주목을 받았다.
만약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대체 입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엔 법조인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다. 문건일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배임은 업무 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배신행위를 한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경영상 판단이 아닌 배신행위로 볼만한 사례를 유형화해 개별 입법하게 되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