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분리조치의 위헌성 | 문건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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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는 ‘기강(紀綱)’을 중시하며, 기강은 규율과 법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 십수년간 군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하에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분리조치부터 하는 관행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훈령’으로 운영된다는 점인데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만 제한될 수 있으나, 국방인사관리훈령은 국방부가 제정한 내부 행정규칙에 불과합니다.
이 훈령 하나로 군인의 보직이 해제되고, 관사에서 퇴거당하며, 급여가 감액되는 등, 법률이 아닌 행정규칙이 개인의 직업수행권, 주거권, 재산권을 동시에 제한하고 있는 셈입니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대표변호사는 "진정한 군의 기강은 억압이 아니라 공정과 합리성에서 나온다. 군인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공정한 제도가 있다고 믿어야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와 피신고자의 권익 보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분리조치의 요건을 법률로 명시하고, 조치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며, 독립된 심사위원회가 객관적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무보직 기간 동안의 보직유지수당과 주거비 보전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군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조직이지만 헌법 질서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군대는 헌법의 바깥이 아니다. 진정한 군의 명예는 인권을 지키는 법치 위에서만 설 수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훈령 하나에 인생이 멈춘다
군대에서는 ‘기강(紀綱)’을 중시한다. 기강은 규율과 법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십수년간 군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하에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분리조치부터 하는 관행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훈령’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국방인사관리훈령 제40조의2, 부대관리훈령 제250조의3. 법률이 아닌 이 두 조항이 군인의 운명을 좌우한다.
법률유보원칙의 위반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만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국방인사관리훈령은 국방부가 제정한 내부 행정규칙에 불과하다. 국회의 심의를 거친 법률이 아니다.
이 훈령 하나로 군인의 보직이 해제되고, 관사에서 퇴거당하며, 급여가 감액된다. 배우자와 자녀까지 주거지를 옮겨야 한다. 법률이 아닌 행정규칙이 개인의 직업수행권, 주거권, 재산권을 동시에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률유보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에 따르면 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된 후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반면 동일한 특정직공무원인 군인에게는 신고 접수 즉시 분리조치가 적용된다. 같은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임에도 군인에게만 사실관계 확인 없이 즉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침해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행 부대관리훈령 제250조의3은 성희롱 조사신청서가 접수된 시점, 즉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신고자를 부대에서 분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직접 목격하였다.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보직이 해제되고, 관사에서 퇴거당하며, 무보직 상태로 수개월을 대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사 절차는 장기간 소요되는데, 그 사이 진급심사 기회는 상실되고 근무평정은 공백으로 남는다.
나중에 무혐의 판정을 받더라도 이미 경력상의 손실은 회복할 수 없다. 한 의뢰인은 무혐의 판정 후 “복귀하여도 보직도 없고 조직 내 시선도 냉담합니다”라고 토로하였다.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리에 따르면 공권력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분리조치 제도는 피신고자에게 변명이나 해명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고 즉시 불이익을 가한다.
과잉금지원칙의 위배와 무고 악용
분리조치는 근무지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부대 내 관사에 거주하는 군인의 경우 관사에서도 퇴거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배우자와 자녀까지 생활 터전을 잃게 된다. 일반직 공무원이 성희롱 신고를 받았다고 해서 공무원 숙소에서 즉시 퇴거당하지는 않는다. 피해자 보호라는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수단은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 실무에서 단순한 동료 간 갈등이 허위 신고로 발전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한다. 분리조치 자체를 목적으로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간부의 경우 출퇴근이 가능하여 견디는 경우가 많으나, 사병의 경우 분리조치 이후 우울증세를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사실 확인 없이 신고만으로 즉시 분리조치가 시행되어 피신고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다. 현재 이러한 위헌성을 다투는 분리조치 취소소송과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법원에서는 “훈령에 의한 보직 해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법치에 기초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진정한 군의 기강은 억압이 아니라 공정과 합리성에서 나온다. 군인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공정한 제도가 있다고 믿어야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와 피신고자의 권익 보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분리조치의 요건을 법률로 명시하고, 조치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며, 독립된 심사위원회가 객관적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무보직 기간 동안의 보직유지수당과 주거비 보전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군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조직이지만 헌법 질서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군대는 헌법의 바깥이 아니다. 진정한 군의 명예는 인권을 지키는 법치 위에서만 설 수 있다.
출처: 군 분리조치의 위헌성
